프랑스, 알제리 식민통치 실패관련 역사소설 애독
이라크 전쟁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요즘 때아닌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고 한다. 바쁜 와중에도 잠깐씩 틈을 내 읽고 있는 책은 '야만적인 평화의 전쟁(A Savage War of Peace)'이라는 전쟁 관련 역사소설이다. 영국의 전쟁사(史) 작가인 알리스테어 호른이 펴낸 이 책은 지난 1950년대 알제리 식민지 통치시절 저항세력을 격퇴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지만 결국 실패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추천한 사람은 부시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정책 조언을 하고 있는 '세기의 외교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 지휘부는 이 책을 필독 권장도서로 간주할 정도로 이라크전 승리를 기원하는 미군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뉴스위크 최신호(12일)에 따르면 부시는 주변 참모들에게 최근 "이 책이 매우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부시는 프랑스가 알제리에서 경험한 쓰라린 실패담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처한 것과는 기본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후문이다. 부시는 프랑스가 당시 실패했던 이유가 프랑스 관료주의의 병폐 때문이라고 진단했던 것으로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부시 대통령은 그간 기회있을 때마다 자신을 1950년대 재직했던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에 비유하려는 태도를 취해왔다. 자신이 현재 처해 있는 위기가 냉전 초기 트루먼이 처했던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트루먼이 재임중 국민들에게 인기도 얻지 못하고 욕을 얻어 먹었지만 퇴임 후 '트루먼 독트린'과 마셜 플랜,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이르는 공산권 봉쇄정책이 결국 이후 냉전에서 미국의 승리를 이끄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역사가들의 평가를 얻고 명예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수렁에 빠진 베트남 전쟁으로 재직 시절 한 순간도 궁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1960년대 린든 존슨 전 대통령과 비유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트루먼의 지지도는 한때 22%까지 추락할 정도였고 그에 비하면 부시 대통령의 현재 지지도는 10% 포인트 가량 높은 편이다. 부시는 자신의 재임 중 업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퇴각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아울러 트루먼이 냉전 종식을 위해 투쟁했던 것처럼 자신은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기 위한 새롭고 효율적인 대응책을 마련한 대통령으로 후세에 기억되길 바라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미 고위 관리들은 익명을 전제로 "부시 대통령이 퇴임후엔 앞으로 신축될 '부시 대통령 도서관' 인근에 자리잡을 '부시 정책연구소'에 세계 지도자들을 초청, 중동의 민주주의 확산을 전파시키는데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시와 트루먼은 이처럼 확고한 자기 신뢰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부시는 최근 자신을 "최고 결정권자"라고 불렀고, 트루먼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the buck stops here)"고 말하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트루먼은 종종 조지 마셜, 딘 아쳐슨 장군 같은 외교정책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듣는데 결코 소홀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주둔군 지휘부를 만난 것은 아주 최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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