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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12 09:11 수정 : 2007.02.12 10:58

하버드 대학의 첫 여성총장에 임명된 드류 길핀 파우스트 교수가 11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기자회견후 하버드 대학 창설자 존 하버드의 흉상 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AP=연합뉴스).

여권 신장 관심 깊은 역사학자…비하버드 출신으론 두번째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명문 하버드대의 사상 첫 여성 총장에 오른 드류 길핀 파우스트(59)는 여권 신장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역사학자다.

남북전쟁 때 노예해방에 반대하는 남부연맹에 속했던 버지니아주 태생인 파우스트 신임 총장은 어렸을 때부터 바느질을 거부하고 4-H클럽에 들어 남자 아이들과 함께 양치기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인인 파우스트는 흑인 노예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느끼고 있었으며, 9살 때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내용의 편지를 아이젠하워 당시 대통령에게 보냈다.
드류 길핀 파우스트 교수가 11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소재 하버드 대학에서 기자회견중 자신을 새로운 하버드대 총장으로 소개하는 말을 들으며 미소짓고 있다(AP=연합뉴스).

필라델피아 근교의 브린 모어여자대학에 다닌 파우스트는 대학시절 베트남전 반대와 인권 시위에 나서는 등 운동가로서의 기질을 보였으나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엔 역사 연구에 정열을 쏟았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25년간 남부 미국사를 가르치는 동안 그는 특히 흑인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연구에 매달렸으며, 피와 땀에 절은 낡은 옛 자료들을 낱낱이 찾아 생생하게 기록하는 열성을 보였다.

그가 쓴 책에는 남부 여성들의 성생활과 의복에 대한 관념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으며,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남부 11개주의 24개 박물관을 뒤지기도 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그가 쓴 다섯권의 저서들은 학계의 높은 평가 속에 각종 상을 받기도 했으며, 그는 남부 역사학회 회장, 미국 역사학회 부회장 등 학회 활동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하버드대로 옮기기전까지 모교인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역사학 교수이자 여성연구프로그램 소장으로 활동했다.

하버드대 출신이 아닌 그는 2001년 1월 하버드대 래드클리프 고등학문연구원 초대 학장을 맡으면서 대학 경영자로서의 길로 들어섰다. 래드클리프 고등학문연구원은 지난 1999년 여자대학이던 래드클리프칼리지가 하버드대에 통합한 뒤 하버드대의 단과대학으로 전환한 것.

래드클리프 고등학문연구원은 직원 85명에 지난해 예산이 1천600만달러로 하버드대 전체 예산 30억달러의 1%에도 못미치는 학내 가장 작은 단과대학이다.

하지만 파우스트 학장은 하버드대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래드클리프의 하버드대 통합과 질적 양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그는 래드클리프에 대한 올바른 비전을 가지고, 이를 그대로 실행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돋보이는 대학 경영능력 때문에 하버드 출신이 아니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자 등 쟁쟁한 총장 경합 후보들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동문 출신이 아닌 총장이 나오기는 1654-1672년 재임한 2대 찰스 숀시 총장 이후 330여년만에 처음이다.

수많은 어려움에 도전했던 남부 여성들의 삶을 연구했던 파우스트 총장은 자신의 대표작인 `창조의 어머니들(Mothers of Invention)' 첫 머리에 이 책을 할머니와 어머니께 바친다며 시대적인 한계 속에 살았던 `강한 남부 여성들'이었던 이 분들이 자신에게 영감을 줬다고 썼다.

`너는 남자들의 시대에 살고 있고,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반발하곤 했다는 파우스트 총장은 이 책 서문에 "어머니의 말씀이 틀렸음을 입증하는걸 우리 사회와 문화가 도왔다는 점에서 나는 어머니 보다 행운"이라고 기술했다.

부군은 하버드대의 찰스 로젠버그 과학사 교수이며, 래드클리프 학생회장 출신인 딸은 뉴요커지에서 일하고 있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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