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2 14:37
수정 : 2007.02.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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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교 수선화반 친구들과 선생님- 선생님은 이곳에 교수로 계신 분의 사모님이시고 학교 강의실을 빌려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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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 버지니아주의 블랙스버그라는 작은 학교타운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주로 유학생과 가족들인데요 대학생들과 대학원생 그리고 가족들을 다 합하면 한 오륙백명 이상의 한국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엄마 아빠를 따라 미국에 오거나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 어린이들이 많이 있지요.
미국에서 살고 미국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한글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이곳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곳에도 한글학교가 매주 토요일 오전에 열립니다. 제가 듣기로는 한국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지역에는 거의 한글학교가 있다고 합니다. 이곳은 한국사람들이 그리 많이 사는 지역이 아니고 작은 타운이지만 몇년 전에 뜻있는 분들이 힘을 모아 한글학교를 열었다고 합니다. 초대 교장선생님은 건축을 공부하시는 박사과정 유학생이신데요, 저도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라 얘기를 들어보니 전에 일리노이에 있을때는 한글학교가 있었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한글학교가 없어서 안타까우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원봉사하실 선생님들(대부분이 유학생 부인들이시죠)과 힘을 모아 새로 학교를 만드셨고 몇해동안 귀중한 시간을 투자하시면서 학교를 반석위에 올려 놓은 후, 지금은 2대 교장선생님(역시 행정학을 공부하시는 학생이십니다)에게 자리를 물려 주셨죠.
저는 아들 현재가 오기 전에는 말로만 들어왔었는데요, 이번에 현재를 입학시키면서 직접 가보게 되었습니다. 이국 만리에 나와 있는 학생들과 가족들이 공부와 가사에 바쁜 와중에서도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참 가슴 찡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따로 학교 건물이 있을리는 없는 터라, 이곳 대학측의 협조를 얻어 강의실을 빌려서 수업을 합니다. 단계별로 여러반이 있는데요, 한국에서처럼 연령에 따라 단계가 나뉘는 것이 아니고 한글을 얼마나 잘 쓰고 읽는지에 따라 반을 나눕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당연 한글실력은 좀 부족하구요 나이는 어려도 한국에서 온 친구들이 잘하게 마련이지요.
교재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펴낸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재가 있더군요. 한글학교 재정의 일부도 교육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일년에 한 두번씩 교사 연수도 교육부 주관으로 이곳 미국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나라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교육부에서 외국에 나와 있는 한국 어린이들의 한글 교육을 위해 신경을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학생들도 수업료를 조금씩 내지만 항상 재정이 부족해서 전체 유학생 행사를 할 때면성금을 모금 해서 충당하기도 합니다. 교육부에서 좀 더 많은 재정지원이 나온다면 더 좋은 교육보조재와 프로그램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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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학교 교재-제목이 국어가 아니라 한국어라는게 특이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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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교의 학부형이 되고 보니 그간 제가 한글학교에 무관심했었던 것이 좀 반성이 됩니다. 교육부와 한인사회가 좀 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한글학교를 발전시킨다면, 향후에는 한국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모든 미국인과 그 밖의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한국 문화원'의 기능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가 세계 곳곳에 자기들 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블랙스버그 한글학교를 비롯한 전세계의 모든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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