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복잡한 사생활 등 줄리아니에 기행”
지난 5일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14년전인 1993년 시장 선거 당시 참모들에 의해 작성된 선거전략 보고서 때문에 파장을 맞고 있다. 450쪽 분량의 '취약점 대책 보고서'는 미국의 일반 유권자들이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줄리아니 모습에 익숙해져 있는 것과는 달리 그가 낙태, 동성애자 등 사회적 이슈에 공화당 후보에 걸맞지 않게 진보적이어서 정체성이 의심스러운데다, 두차례의 결혼을 불미스럽게 끝내는 등 개인적인 기이한 행적을 폭로하고 있다. 13일자 워싱턴 포스트, 뉴욕 데일리 뉴스 등은 전날 웹진 '스모킹건닷컴'(smokinggun.com)의 보고서 폭로 내용을 전하면서 "줄리아니의 참모들은 그의 취약점 가운데 '기행 변수'(weird factor)를 우려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줄리아니는 특히 그의 6촌 여동생과의 첫번째 결혼을 "로마 가톨릭 교회로 부터 결혼을 인가받은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14년만에 끝냈으며 두번째 부인과의 이혼 과정도 잡음이 많았다는 것. 이 보고서는 줄리아니가 자신의 복잡한 사생활에 대한 모순되는 해명 때문에 과연 건전한 판단력을 가졌는지 조차 의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결혼 생활이나 충실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 수치스런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며 일축해야 한다"는 처방까지 내놓고 있다. 이 보고서는 "낙태나 동성애자 권리에 대한 그의 지지가 보수 유권자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면서 "실제로 그는 너무 진보적이어서 공화당과는 맞지 않는다"며 그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줄리아니의 참모들은 특히 그가 과거 민주당원이었기 때문에 정치 철새로 비쳐질 수 있고, 또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법무부 차관을 지낸 전력이 진보적인 뉴욕의 유권자들에게 '레이건 패거리'로 비칠 것을 우려, "전통적인 공화당 정책과는 독립성을 유지했음을 강조해야 한다"로 충고했다. 보고서는 그가 소수 인종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에 취약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이미지를 부드럽게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보고서는 또 일각에서는 그를 '반(反)동성애자'라고 보고 있으나 "줄리아니가 동성애자 이슈에서 반대하는 것은 동성 결혼밖에 없다"고 적고 있다. 보고서는 줄리아니가 낙태 지지자임에도 지난 1989년 첫 뉴욕시장 선거 당시 "자신이 반(反)여성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하고 싶어하는 또 다른 '친생명'(pro-life)주의 남성 정치인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고전을 겪었다고 분석하고, 낙태를 위한 공적지원 등에 대해 단순 명료하게 지지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줄리아니가 베트남전 당시 한 연방 판사의 서기로 일하면서 이 판사가 서기로서의 그의 책무가 막중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후 징병유예 조치를 받은 점도 그의 약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가 폭로되자 줄리아니의 선임 참모인 토니 카보네티는 "줄리아니는 뉴욕시를 행정이 가능하고 다시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었다"면서 "이 보고서는 그가 뉴욕 시장으로서 범죄를 줄이고 복지 수당을 늘린 치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한편 USA 투데이 등 최근 여론조사에서 줄리아니는 공화당 후보군중 경쟁자인 존 매케인을 16% 포인트 이상 따돌리고 있으며, 민주당 클린턴 힐러리 상원의원 보다도 2% 포인트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 (奇行)변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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