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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23 18:13 수정 : 2007.02.23 18:58

박정희 정권 대미 로비스트, 이라크 로비로 철창
미 법원 징역 5년형 선고

1970년대 중반 ‘코리아게이트(이른바 박동선 게이트)’의 주역 박동선(71)씨가 결국 철창행 신세가 됐다.

박씨는 22일 미국 뉴욕지방 연방법원 데니 친 판사로부터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라크로부터 최소한 200만달러(약 18억7620만원)를 받고 불법 로비를 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유엔 사무총장 관저에서 친분이 있는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을, 이라크로부터 이권을 따내려는 이라크 출신 미국인 사미르 빈센트와 함께 만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친 판사는 건강이 좋지 않은 박씨에게 5년형이 가혹하기는 하나 그가 “탐욕으로 가득차 인도적 계획에서 이권을 따내려고 했다”고 징역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60년대 워싱턴 사교계의 명사인 중국계 여인 안나 셰놀테와 함께 조지타운클럽이라는 사교클럽을 만들어 인맥을 쌓았다. 60년대 말 리처드 해너 당시 하원의원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국 정부로부터 쌀수입 중개권을 따낸 뒤, 한국에 쌀을 수출하는 미 곡물기업들에게 쿼터를 주고 커미션을 챙겼다. 그 일부는 박정희 정권의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코리아게이트란?

1970년대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과 박정희 유신정권의 인권탄압으로 한-미관계가 나빠지자, 한국 중앙정보부가 이를 무마하려고 박동선, 김한조 등 로비스트를 내세워 벌인 불법 로비사건. 박씨 등은 72년~75년까지 리처드 해너 당시 의원 등에게 수십만달러의 선물과 뇌물을 제공했다. 하원 국제관계위가 77년 이 사건을 추적한 도널드 프레이저 의원의 이름 딴 프레이저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했다. 미국으로 망명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등 37명의 증인이 청문회에 나와, 박 정권의 온갖 비리가 폭로됐다. 해너 의원 등이 실형을 선고받고, 7명이 징계를 받았다.


주한미군 감축과 박 정권의 인권탄압으로 한-미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던 76년 10월, <워싱턴포스트>는 박씨가 50만~100만달러의 뇌물로 90여명의 공직자를 매수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미 의회는 77년부터 코리아게이트청문회인 프레이저위원회를 열어, 한국으로 도피한 박씨의 소환을 요구했다. 박 정권이 이를 거부하면서 한-미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결국 사면을 조건으로 청문회에 출석한 박씨는 32명의 의원에게 85만달러 상당의 선물을 제공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조국을 위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소는 면했으나, 쌀 중개 커미션의 탈루세금 1500만달러를 추징당했다.

이 사건으로 그는 워싱턴 로비계에서 명성을 더 얻었다. 고객을 철저히 보호한 데다 전방위에 걸친 그의 로비 범위를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87년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일본, 대만, 도미니크공화국 등을 위한 로비로 구설수에 올랐다. 또 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때 세계은행 긴급 차관과 여타 해외자금 유치에 나섰다는 소문도 돌았다.

박 정권 시절, 재미언론인 문명자씨는 <내가 본 박정희와 김대중>이란 책에서 박씨가 쌀 수입권으로 박 정권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쌀 생산지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형편없는 3등급 쌀을 비싼 값에 사들이게 했다고 비판했다. 박 정권에게는 공신이나 한국에게는 악질 브로커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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