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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새 실험, 베네수엘라에 가다(2)
지난 1월 말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외곽의 빈민지역인 카트에에 자리한 공공병원 한 곳을 찾았다. 투박한 빨간 벽돌을 쌓아 만든 긴 단층 건물이었다. 이 병원에는 17명의 의사가 거의 모든 분야의 진료를 하고 있었다. 병원 소장은 “하루 500여명의 환자가 무료로 진료를 받는다”며 “외국인도 역시 무료”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내 외곽의 빈민지역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자신의 아들이 최근 총기 사고로 턱을 다쳤다가 지역 공공병원에서 무료로 수술받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차베스 집권 전에는) 큰 돈이 들었겠지만 지금은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빈민지역인 리베라타도르의 옛 경찰서 건물에 자리한 문맹퇴치 교실에서 만난 70살의 카를로타 페레스 할머니는 “이름이 뭐냐?”는 물음에 직접 이름을 써보였다. 그가 공부하고 있는 작은 교실에는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 10여명이 무료로 글자를 배우고 있었다. 2004년부터 무료로 대학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볼리바리안 대학은 과거 국영석유회사 본사로 쓰였던 건물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대학 관계자 야루마 로드리게스는 “입학시험 없이 선착순으로 학생을 모집한다”며 “지역 학생들도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분교를 건설 중”이라고 말했다. 1998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빈곤 추방의 일환으로 2003년부터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했다. ‘미션 바리오 아덴트’로 불리는 무상의료 체계는 규모에 따라 1·2·3차 의료기관으로 나누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상교육도 단계에 따라 문맹 퇴치와 초등교육(미션 로빈슨), 고등교육(미션 리바스), 대학교육(미션 수크레)으로 나뉜다. 지난해 12월 <베네수엘라날리시스> 기사를 보면, 2007년 베네수엘라 정부 예산 536억달러 중 44%가 무상의료와 교육이 포함된 사회보장비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이 매체가 차베스 정부의 성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1998년 총 인구 중 60~70%가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2005년에는 이들 중 70%가 거주 지역에서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98년 7%였던 문맹률도 현재는 모두 퇴치한 것으로 유네스코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차베스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은 1950년대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쿠바의 영향과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설립된 카라카스의 지우베르투 로드리게스 오초아 소아암 센터도 쿠바에서 30여년간 운영된 소아암 센터를 본떠 만들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의사가 부족해 병원 가동율이 50% 정도”라고 말했다. 공공병원의 임금 수준이 민간 병원보다 낮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베네수엘라에는 현재 2만여명의 쿠바인 의사가 들어와 있다. 이들은 현지 의사들이 일하길 꺼리는 빈민가 보건소에서 의료활동을 한다. 무상교육이 처음 실시됐던 2003년, 수백명의 쿠바인 교사들이 문맹 퇴치 사업을 돕기 위해 베네수엘라로 들어왔다. 리베라타도르 지역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이용한 영상물과 교재도 모두 쿠바에서 건너온 것이었다. 쿠바도 스페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카라카스/임승수·<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책임집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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