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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9 19:18 수정 : 2007.03.09 20:13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텔레비전·라디오 프로그램 ‘알로 프레시덴테’(안녕하세요, 대통령)를 진행한다. 지난 2004년 3월7일 방영분에서 차베스는 ‘야당이 폭력없이 가두시위 했다’고 보도한 신문 기사를 읽은 뒤 이를 반박하고 있다. 카라카스/AP 연합

[남미의 새 실험, 베네수엘라에 가다] ③ 보수언론 파고드는 진보매체

미디어 재벌이 70% 이상 장악
기득권 대변…쿠데타 선동도
신생 진보매체 180여개 ‘맞불’

일요일인 1월28일 베네수엘라 국영방송 에서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열정적인 모습이 방송되고 있었다. ‘알로 프레시덴테’(안녕하세요, 대통령)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차베스는 국민과 직접 대화하고 있었다. 그는 일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6시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때론 양팔을 휘젓고, 때론 높은 톤의 목소리로 ‘21세기 사회주의의 정당성’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했다.

그가 이처럼 대국민 직접 접촉에 나서는 것은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언론 환경 탓이 크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전체 언론의 70% 이상을 시스네로스 그룹 등 몇 개의 미디어 재벌이 소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스네로스 가문은 세계 39개국에 7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시스네로스 그룹의 연간 매출액은 2002년 기준 35억달러(3조3천억원)에 이른다. 이들 거대 언론재벌들이 소유하고 있는 상업방송은 기득권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신문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베네수엘라 최대 일간 <울티마스 노티시아스>의 기자는 “시장 점유율 2, 3위를 차지하는 일간 <엘나시오날>과 <엘우니베르살> 등 전통 보수신문은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독자층도 신문의 성향에 따라 확연하게 구별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울티마스 노티시아스>의 경우 서민층이 많이 구독하는 반면, <엘나시오날>과 <엘우니베르살>은 주로 부유층에서 본다고 한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위치한 24시간 케이블 채널 <비베 텔레비전> 방송국의 내부 모습. 이 방송국은 2002년 쿠데타 발생 뒤 차베스 정부가 설립한 국영방송이다.
최근 차베스는 <라디오 카라카스 텔레비전>(RCTV)의 방송 허가 연장을 승인하지 않았다. 때문에 서방 언론으로부터 언론탄압이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그러나 서방 언론은 가 2002년 쿠데타를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별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언론환경 탓에 메이저 언론에 맞서는 진보매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1998년 차베스 집권 뒤 진보 성향의 소규모 매체들이 꾸준히 늘어나 전국적으로 180여개가 활동 중이다. 설립된 지 3년째 접어드는 일간 <디아리오 베아>는 쿠데타 뒤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진보 신문사다. 이 신생 민간 신문사에는 20여명의 기자가 근무하고 있고 발행 부수는 하루 10만부다.

이 신문 편집장 루이스 사라가는 “2002년 차베스가 보수세력의 쿠데타로 잠시 물러났을 때 보수적인 방송매체들은 만화영화 ‘톰과 제리’ 등을 방영하며 상황을 보도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카라카스의 빈민가 까띠야 지역의 공동체 방송국은 차베스는 사임한 것이 아니며 보수세력 등이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고, 이로 인해 이 지역에서 주민들의 시위가 크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카라카스/임승수
쿠데타 뒤 설립된 24시간 케이블채널인 국영방송 <비베 텔레비전>의 프로듀서 에릭 가나는 “엘리트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기존 방송구조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민활동가가 취재를 요청하면 그들의 이야기를 방송에 내보내기도 하고, 시민들이 스스로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카라카스/글·사진 임승수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책임집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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