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15 18:18
수정 : 2007.03.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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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크 칼리드 모하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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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당국이 9·11테러를 주모한 용의자로 간주하는 칼리드 세이크 모하메드가 9·11테러 등 세계 각지에서 30건 이상의 테러를 실행하거나 계획했음을 자백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15일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모하메드가 10일(현지시각)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수용소에서 열린 군 당국의 심문에서 자백한 내용을 담은 진술서를 14일 공개했다. 모하메드의 자백 내용은 대체로 지금까지 미군 당국이 주장하던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9·11테러의 관련 용의자가 직접 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미 당국은 이 자백을 근거로 그를 비롯한 14명의 특급 수용자들을 ‘적 전투요원’으로 규정할 방침이다. ‘적 전투요원’으로 신분이 결정되면, 수용소에 무기한 수용될 수 있으며, 군 법정에 서게 된다.
모하메드 등은 2003년 3월 파키스탄에서 체포돼, 미 중앙정보국의 해외 구금시설에 구금됐다가 관타나모로 이송됐다. 그동안 미국 안팎에서 관타나모 기지에 억류된 수용자들이 법적 근거없이 무기억류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모하메드는 진술서에서 “9·11 작전의 A에서 Z까지 책임이 있다”며 모두 28건의 테러를 실행하거나 모의하고, 3건의 테러를 도왔다고 인정했다. 그는 1993년 월드트레이드센터 폭파사건, 2002년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인 다니엘 펄의 참수, 202명이 숨진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의 나이트클럽 폭파사건 등의 테러를 실행했다고 인정했다. 또 영국 런던 빅벤 시계탑과 히드로 공항 공격,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 요인 암살, 시카고 시어스타워·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뉴욕증권거래소 공격 계획 등을 모의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휴먼라이츠워치의 사무국장인 케네스 로스가 비공개 심문에서 이뤄진 자백의 적법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등, 변호인과 독립적인 참관인이 참석하지 않은 채 이뤄진 미 당국의 심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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