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16 00:56
수정 : 2007.03.16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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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5개국의 마지막 방문국인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의 미국 대사관 지역에서 13일 부시 대통령의 방문에 반대하는 한 시위자가 진압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멕시코시티/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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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14일 이루어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중남미 5개국 순방이 실속없는 말 잔치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브라질 언론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15일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 등 브라질 주요 언론은 "부시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에서 사회적 정의, 자유무역, 중남미 중시 등을 언급했으나 대부분 행동 없는 수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순방 내내 중남미 지역에 대한 경제지원을 강조했으나 직접적인 지원액을 모두 합쳐야 15억달러에 불과해 지난해 수준을 넘지 못하는 등 중남미 국가들을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중남미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부시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 동행했던 폴랴 데 상파울루는 "부시 대통령이 삼바춤으로 시작해 옥수수와 콩으로 된 식사를 하고 중남미 국민에 대한 연민을 표시하는 등 이미지 개선에 노력했으나 (중남미에 실질적으로 헤택을 줄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에탄올 협력을 다짐하는 등 시작은 좋았으나 "브라질산 에탄올에 대한 수입관세 인하에 난색을 표시하면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면서 에탄올 협력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신문은 또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멕시코 불법이민자 문제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칼데론 대통령이 이민자들의 인권문제를 들어 부시 대통령을 압박하는 발언을 하게 만든 것을 외교적 실패로 해석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메리다 중심가 광장에 모인 시위대가 미국으로 출국하는 부시 대통령을 향해 "부시는 멕시코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칼데론은 제국주의자의 강아지가 됐다"는 비난을 터뜨릴 정도로 반감만을 조장했다는 평가다.
신문은 이어 부시 대통령의 브라질, 우루과이, 콜롬비아, 과테말라, 멕시코 등 5개국 순방에 맞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벌인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니카라과, 자메이카, 아이티 등 5개국 방문을 화려한 '석유달러 로드쇼'로 표현하면서 부시 방문 효과를 깎아내렸다.
차베스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와 농업 및 에너지 분야 11개 협력협정을 체결했으며, 볼리비아에 대해서는 최근 발생한 수해피해 복구를 위해 2천5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니카라과와는 25억달러 규모의 정유시설 건설에 합의하고, 자메이카에는 천연가스 시설 확장과 저가 석유 공급을 약속했다. 쿠바와 아이티 발전을 위한 2천만달러의 기금 조성 계획도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밖에도 파라과이ㆍ우루과이와 건설투자, 에콰도르와 에너지 수출입 계약, 쿠바ㆍ니카라과ㆍ코스타리카와 투자협정을 체결했거나 체결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내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오는 2009년 1월로 임기가 종료되는 부시 대통령의 이번 중남미 순방은 어차피 '손이 묶인'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애초부터 크게 기대할 것이 없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 (상파울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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