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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19 19:56 수정 : 2007.03.20 10:04

이라크전 4년

네오콘, 중동재편 욕망 실현
유엔무시·정보조작 ‘슈퍼파워’
테러·이란 영향력 확대 등
미 외교정책 ‘최대재앙’ 평가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취임 이래 6년 동안 국제질서를 억눌러오던 미국의 일방주의가 급속히 퇴조하고 있다. 이라크전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 40일 만인 2003년 5월1일,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에 참전한 뒤 미국으로 귀환 중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호에 전투기를 타고 착륙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주요 전투가 종식됐다며 사실상 종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부시가 이 종전 이벤트를 연출할 때 이라크전이 사실상 시작되고 있었으며, 미국의 일방주의가 붕괴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미국은 침공 이후 70여일이 지난 7월16일 이라크에서 게릴라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인정해야만 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4돌을 이틀 앞둔 18일(현지시각)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시위대가 성조기로 덮힌 모의관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워싱턴 등에서도 각각 수천명씩이 이라크 침공을 비난하고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포틀랜드/AP연합
20일로 4년을 맞는 이라크전은 사실 1990년대 중반부터 배태된 전쟁이었다. 폴 울포위츠 등 유대인 출신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들은 이미 96년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를 위한 <클린 브레이크>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이스라엘 주변국들의 정권교체야말로 이스라엘의 안보에 가장 도움이 된다”며 무력에 기댈 것을 조언했다. 이는 이스라엘 집권세력과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90년대 중반부터 추구한 ‘중동체제 변화’의 논리적 연장선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라크전 발발 직후인 2003년 3월21일 ‘대통령의 꿈: 정권교체가 아닌 중동지형 변화’라는 기사에서 “친미 민주적 중동지역은 이스라엘과 네오콘에 뿌리를 둔 목표”라고 전했다.

90년대 초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에서 미국의 슈퍼파워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맞물리며 이라크전은 준비됐다. 미국이 1차 걸프전과는 달리 유엔의 결의조차 없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획득에 관한 정보조작까지 감행하며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이런 이라크전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하지만 지금 이라크전은 ‘2차대전 이후 미국 외교정책의 최대 재앙’으로 불릴 정도로 참혹한 실패로 드러났다. 첫째, 미국의 ‘대테러 전쟁’은 테러의 ‘대미국 전쟁’으로 전도돼, 테러의 확산만을 불렀다. 둘째, 중동의 안정은 더욱 멀어졌다. 이라크전은 이슬람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쟁을 촉발했다. 셋째, 대량학살무기의 확산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라크 침공은 이란의 핵개발을 더욱 자극했다. 넷째, 무엇보다도 중동의 기존 지정학적 구도가 깨졌다. 이라크는 지금 블랙홀처럼 중동의 기존 질서를 빨아들이고 있다. 중동의 친미 권위주의 정권이 통제력을 잃고, 지역적으로 이란이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미국 외교위원회의 리처드 하스 의장은 올해 초 발간된 <포린어페어스>에서 중동에서 미국시대의 종료를 선언했다. 그는 1798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침공으로 시작된 현대 중동에서, 미국은 오스만제국 붕괴 이후 80년 동안, 특히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20년 동안 전일적인 미국의 시대를 구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 1차 걸프전이 중동에서 미국의 전일적인 지배시대를 활짝 열었으나, 이를 확인하려던 2차 이라크전이 미국 시대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한탄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전쟁실패 뒷감당? 미 국정 사방에서 삐걱

이라크전은 미국의 외교정책에 큰 재앙을 던졌을 뿐만 아니라 조지 부 시 행정부의 국정을 사실상 마비시키고 있다.

당장 ‘리크게이트’의 불꽃이 꺼지지 않고 더욱 커지고 있다. 리크게이트의 피해자인 전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이 16일 그동안의 칩거를 깨고 공식석상에 등장해, 부시의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을 정조준하며 비난에 나섰다. 플레임은 “칼 로브가 내 이름의 누설에 명백히 관여했다”고 직격탄을 퍼부었다. 플레임은 금발의 미모가 눈길을 사로잡으며 폭로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라크전 부상자를 치료하는 워싱턴 월터리드 육군병원 등의 열악한 실태에 관한 의회 청문회도 겹쳤다. 이라크전과는 관계가 없으나, 부시 행정부의 연방검사 대량해임 사건도 청문회에 계류 중이다. 특히 칼 로브가 이 사태에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는 법무부 자료가 폭로돼, 로브는 리크게이트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빠져있다.

17일 〈뉴스위크〉의 여론조사를 보면, 미 국민의 27%만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대처를 지지한다고 나타났다. 부시의 지지도는 30%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의회의 움직임이다. 이라크전 철군시한을 못박으려는 민주당 쪽의 움직임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상원에서는 2008년 3월까지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키라는 결의안을 부결시키기는 했으나, 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민주당 쪽은 하원 등에서 다시 2008년 9월까지의 철군 안을 추진할 방침이며, 이제는 구체적으로 예산과 연결할 태세이다.

정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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