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2개월만에 ‘환경 전도사’로 의사당 외출
앨 고어 전(前) 미국 부통령이 6년 2개월만에 '환경 전도사'로 미 의사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어 전 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 상하 양원 청문회에 출석, 기후변화가 문명의 생존을 위협하고 지구에서 인류의 삶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고 증언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이날 잇따라 출석한 양원 청문회에서 "전 지구적 위기라고 믿는 문제에 대해 증언하려고 한다"며 "우리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의 결과는 재앙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에 아직 너무 늦은 것은 아니라면서 "우리는 행동에 나서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환경운동과 관련, 내년 대통령선거 도전 등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이 서린 시선을 의식한 듯 지구 온난화 문제는 결코 정파적이거나 정치적인 문제로 다루어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제력 등에서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환경 문제와 관련, 진정한 지도력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어 전 부통령이 의사당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01년 1월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자신의 대선 패배를 발표한 이후 6개월 2개월만에 처음이다. 2000년 대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아깝게 패한 고어 전 부통령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뒤 환경운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그는 지구 온난화를 경고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로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면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으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되는 등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내년 대선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의 제임스 이노피 상원의원은 고어 전 부통령이 정작 자신의 저택에서는 일반 가정의 20배가 넘는 전력을 사용하는 점을 빗대어 "본인이나 에너지 씀씀이를 줄이는 윤리적 약속에 서명하라"고 꼬집었다. 이에 고어 전 부통령은 집에서의 에너지 소비가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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