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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의 가해자인 조승희씨가 부모와 함께 거주해온 버지니아주 센터빌의 타운하우스 앞에서 17일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 센터빌/장정수 기자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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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사회 패닉상황…“어떻게 미국인 슬픔과 분노 달랠지”
미국 버지니아 공대의 총기난사 범인이 17일 한국인 학생인 조승희씨로 밝혀지면서 워싱턴 D.C.,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 등 워싱턴 D.C. 주변의 한인사회는 큰 충격과 당혹감 속에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야간영업때 돌발상황 우려 저물기 전에 영업 끝내자” 철시 사태 ◇…이번 총격 사건의 충격파를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한인들은 워싱턴 일대에서 세탁소, 델리(샌드위치 판매점), 주류판매점, 소규모 식품점, 복권판매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 종사자들이다. 이들 한인은 17일 경찰 당국이 조승희씨가 범인임을 발표한 이후 패닉 상태에 가까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김영근 워싱턴한인회 상임고문은 한인사회의 분위기를 ‘망연자실’이라고 설명했다. 엄밀히 말해서 비정상적인 한 개인의 잔혹한 범행에 대해 한인사회 전체의 일인 것처럼 섣불리 나설 경우 역작용이 우려되고, 그렇다고 남의 일처럼 방관할 수도 없는 사안의 복잡하고 미묘한 성격 때문이다. 김 고문은 "어떻게 하는 것이 미국인들의 분노와 슬픔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지었다. 자영업자들은 야간영업 시 발생할지로 모르는 돌발사태를 의식해 날이 저물기 전에 영업을 서둘러 끝냈다. 이날 한인들이 밀집해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애넌데일의 식당 등 평소에 심야 영업을 해왔던 한인 상점들은 야간이 되자 사실상의 ’철시’ 상태로 됐다. 한인 자영업자들의 상점이 많은 워싱턴 D.C. 지역도 비슷했다. 한국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세탁소의 경우도 고객들의 발길이 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의 한인들도 상당수가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일찍 귀가했다고 한다. 한인 상인들 중에는 지난 1991년 로드니킹 사건을 계기로 엉뚱하게 한인상점들로 불똥이 튄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의 악몽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상인들은 이같은 분위기가 장기간 계속될 가능성은 적지만 만약 장기화되면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위안부 항의 워싱턴 장외집회 긴급 취소 ◇…각 한인단체들은 이날 긴급비상대책모임을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는 이날 오전과 오전 김인억 회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는 한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기금의 모금활동을 곧 시작하기로 했다. 워싱턴 인근 지역의 교회단체들로 구성된 교회협의회도 이날 저녁 8시 페어팩스의 구민회관에서 한인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기도회를 열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미하원의 일본군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위안부문제대책위원회도 이날 긴급모임을 열고 19일로 위싱턴에서 열 예정이었던 장외집회도 취소했다.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에 맞춰 백악관 앞에서 열 예정인 항의집회의 개최도 현재로서는 유동적이다. 이번 총격사건과 위안부 문제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현재와 같은 미국사회의 분위기가 가라않지 않을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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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의 가해자인 조승희씨가 부모와 함께 거주해온 버지니아주 센터빌의 타운하우스. 센터빌/장정수 기자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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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와 성조기가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 거주 지역에 있는 한인회관에 조기로 걸려있다. 영어와 한글로 “삼가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빕니다”라고 쓰여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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