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18 20:52
수정 : 2007.04.18 23:26
“국제 문제 만들지 않아야” “아시아인 탓하지 않겠다”
일부는 “지옥으로” 비난
미국의 인터넷 공간도 이번 사건이 몰고 온 충격에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인종주의적인 비난 행태보다는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추모하고 위로하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국 보수언론인 <폭스뉴스>가 “그들의 세계를 바꿔놓은 미친 남자”라며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는 것과 대조된다.
한국의 싸이월드와 비슷한 성격의 페이스닷컴과 마이스페이스 등의 사이트에는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추모 페이지가 잇따라 만들어져 18일까지 300여개에 이르렀다.
페이스닷컴에 개설된 ‘조승희를 탓하라’(Blame Cho Seung-Hui (VT Shooter)라는 카페에는 900여명이 가입했다. 이 곳에는 카페 이름과는 달리, 이성적으로 사건을 바라볼 것을 요구하는 글들이 많이 올랐다. ‘로저 고메즈’는 카페 게시판에 “언론이 이 비극적인 사건을 국제적 문제로 만들지 않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찰리 플릭’이라는 누리꾼은 “아시아인들을 탓하지 않겠다.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조승희를 비난한다. 지옥에서 불타버려라”는 식으로 분노를 드러내는 글들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또 이 사건을 총격이 난무하는 폭력적인 문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어떤 이유로도 조승희 같은 ‘살인마’를 용서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과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블로그 검색사이트 ‘테크노라티’의 인기검색어 1~3위는 모두 이번 총격사건이 차지하고 있다. 1위는 ‘버지니아테크’(virginia tech), 2위는 ‘조승희’(Cho Seung-hui), 3위는 ‘이스마일의 도끼’(Ismail Ax)다. 이번 사건을 맞아 새로 생긴 사이트(vtincident.com)에는 의견과 추모, 제안 등의 다양한 글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지인들이 무사한지를 확인하는 새로운 유형의 카페도 등장했다. 페이스닷컴에 마련된 ‘버지니아텍에서 난 괜찮아요’(I’m ok at VT)라는 카페 게시판이 이런 역할을 하는데, “릴리의 행방에 대해 아는 게 하나라도 있으면 연락주세요”라는 글 등이 꼬리를 물었다. 이 글을 올린 이 학교 학생 칼멘티아는 친구 사진을 연결시켜 놓고 “오늘 아침 친구가 노리스홀에서 독일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며 애를 태웠다. 글을 올린 이들은 이름과 전공 “긴 갈색 생머리에 작은 키” “주황색 점퍼” 등 친구의 차림을 묘사하기도 했다. 이에 “저는 무사합니다”라는 답글도 붙었다.
피해자들의 신상 어느 정도 드러나면서부터는 확인 메시지가 추모 메시지로 바뀌고 있다. 플로리다주립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들에서 추모의 메시지와 함께 추모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약속을 하는 글들도 있다. 김지은 수습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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