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19 09:46
수정 : 2007.04.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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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스티브 캐퍼스 사장 앞으로 발송된 우편물에는 조승희씨가 준비한 장황한 내용의 ‘선언문’과 총을 든 모습의 사진, 비디오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 : NBC 홈페이지 (www.msnbc.m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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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조끼 입고 쌍권총 들고 정면 노려봐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이 조승희씨의 치밀한 계획 속에 이뤄진 사회를 향한 범행임이 19일 새벽 드러났다. 미국 경찰은 조승희(23)씨가 사건 당일 1차 범행을 저지르고 나서 의문의 2시간 동안, 미 NBC방송에 사진과 비디오, 기록 등의 우편물을 발송했다고 18일(현지 시각) 밝혔다.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뉴욕의 NBC방송이 오늘 아침 조승희가 보낸 것으로 보이는 우편물을 받았다"며 "여기에는 여러 장의 사진과 비디오, 글이 들어 있었으며 NBC는 이를 받은 즉시 당국에 신고했다"고 발표했다.
버지니아주 경찰 당국자는 글과 영상들이 담긴 이 우편물이 "이번 수사에서 아주 새롭고 중대한 단서일 수 있다"며 "지금 이의 가치를 분석, 평가하는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우편물은 미 연방수사국(FBI)에 넘겨져 분석되고 있다.
NBC방송도 조승희가 사건 당일 1차 범행과 2차 범행 사이에 보낸 것으로 보이는 우편물을 받고 이를 당국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NBC는 이날 오후 4시 25분(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일부 동영상과 강한 비난 글 등이 담긴 우편물을 받았다"며 "두서없는 여러 장의 비난 서한은 그가 1차 범행과 2차 범행 사이에 한 일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방송은 사진과 동영상, 서한 등이 담긴 우편물이 조승희로부터 발송된 사실을 파악한 즉시 당국의 수사를 돕기 위해 이를 신고했다고 밝혔다.
조씨 육성 “오늘의 참사를 막을 방법은 수 없이 많았지만 너는 결국 내 피를 보겠다고 결정한 거야”
버지니아공대 총격 참사의 범인 조승희(23)씨가 사건 당일 미 NBC방송에 보낸 비디오 동영상에서 자신의 범행 동기에 대해 직접 육성으로 밝혔다. 다음은 YTN을 통해 방송된 조씨의 육성 내용이다.
NBC방송 홈페이지에 공개된 조승희씨 동영상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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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과 기회가 수없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내 피를 쏟기로 결정했다. 당신은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었고 내게 다른 어떤 선택권도 주지 않았다. 그 결정은 당신 것이었다. 이제 당신은 절대로 씻어지지 않을 피를 당신의 손에 묻혔다. ...
나는 그러지 않아도 됐다. 떠날 수 있었다. 나는 내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혹시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내 아이들과 내 형제 자매들을 위해서다. 나는 그들을 위해서 그랬다. ...
당신은 그저 나를 괴롭히기 좋아했다. 당신은 내 머리 속에 암을 주입하는 것을 좋아했다. 내 가슴 속에는 공포를, 그리고 지금껏 내 영혼을 찢어놓는 것을 좋아했다. ...
당신은 내 심장을 고의적으로 파괴했다. 내 영혼을 갈갈이 찢어놓았고(강간했고) 내 양심을 고문했다. 당신은 그저 이것이 한 어린 희생양의 삶을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신 덕분에 나는 예수 그리스도처럼 죽는다. 약하고 기댈 곳 없는 민중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당신은 누군가 당신 얼굴에 침을 뱉고 목으로 쓰레기를 쳐넣는 기분을 아는가?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는 기분이 어떤지 당신은 아는가? 당신은 한쪽 귀에서부터 다른쪽 귀까지 목을 잘리는 기분을 아는가? 당신은 산 채로 고문당하는 기분이 어떤지 아는가? 당신은 당신의 유희를 위해 조롱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피흘리며 죽어가는 기분이 어떤지 아는가? 당신은 평생 동안 아주 조금의 고통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이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의 삶에 원하는 만큼의 절망감을 주입할 수 있다. 단지 당신이 그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졌다. 당신의 메르세데스(벤츠)로 만족하지 못했다. 이 망나니들. 당신의 금목걸이들로 만족하지 못했다. 이 속물들아.
당신의 신탁으로 부족했다. 당신의 보드카와 코냑으로도 부족했다.
당신이 가진 그 모든 방탕한 것들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그것들은 당신의 쾌락주의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했다. 당신은 모든 것을 가졌다.
때가 이르렀을 때 나는 행동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겨레> 김지은 수습기자 mirae@hani.co.kr
조승희씨 영문 육성
''You had a hundred billion chances and ways to have avoided today. But you decided to spill my blood. You forced me into a corner and gave me only one option. The decision was yours. Now you have blood on your hands that will never wash off.'' _ ''I didn't have to do it. I could have left. I could have fled.
But now I am no longer running. If not for me, for my children and my brothers and sisters that you (expletive). I did it for them.'' _ ''You just loved to crucify me. You loved inducing cancer in my head, terror in my heart and ripping my soul all this time.'' _ ''You have vandalized my heart, rapedmy soul and torched my conscience. You thought it was one pathetic boy's life you were extinguishing. Thanks to you, I die like Jesus Christ, to inspire generations of the weak and the defenseless people.'' _ ''Do you know what it feels like to be spit on your face and have trash shoved down your throat? Do you know what it feels like to dig your own grave? Do you know what it feels like to have your throat slashed from ear to ear? Do you know what it feels like to be torched alive? Do you know what it feels like to be humiliated and be impaled upon a cross and left to bleed to death for your amusement? You have never felt a single ounce of pain your whole life. And you want to inject as much misery in our lives because you can, just because you can. You had everything you wanted. Your Mercedes wasn't enough, you brats. Your golden necklaces weren't enough, you snobs.
Your trust fund wasn't enough. Your vodka and cognac wasn't enough.
All your debaucheries weren't enough. Those weren't enough to fulfill your hedonistic needs. You had everything.'' _ ''When the time came, I did it. I had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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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물 속 조씨 검은 조끼 차림에 검은 장갑 끼고 정면 노려봐
NBC방송은 조승희씨가 1차 범행을 마친 뒤 2차 범행을 앞둔 상태에서 보낸 우편물 일부를 공개했다. 이 우편물에는 음성과 사진 등이 담긴 시디롬(사진29장/동영상/편지)이 들어 있었다. 조씨가 보낸 사진에는 범행 당시 입은 것으로 검은 셔츠와 조끼 차림의 조씨가 검은 장갑을 끼고 모자를 뒤로 눌러쓴 채 양손에 권총을 들고 정면을 노려보고 있다.
이 소포는 이날 아침 9시1분의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다. 이는 1차범행 이후 1시간 30분이 지난 시각이고 2차 난사 30분 이전 시각이다. 즉 조씨는 첫 범행 뒤 편지를 쓰고 사진을 찍고 우체국에 소포 발송을 접수한 뒤 다시 2차 범행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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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스티브 캐퍼스 사장 앞으로 발송된 우편물에는 조승희씨가 준비한 장황한 내용의 ‘선언문’과 총을 든 모습의 사진, 비디오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 : NBC 홈페이지 (www.msnbc.m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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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는 이 우편물을 넘겨 받아 정밀분석중이나 이 우편물은 우편번호를 잘못 적어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당국은 밝혔다.
조승희(23)가 미 NBC TV에 자신의 범행 목적을 설명하는 우편물을 보낸 것은 자신의 범행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대의에 위한 '테러'로 합리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그간의 조사 결과 정서 장애를 겪어온 조씨가 내면에 분노를 가뜩 지닌 채 외톨이로 지내오다, 사회에 대한 분노를 일시에 분출한 것을 범행의 배경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동기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해왔다.
조씨는 지난 2005년 11월과 12월 두 여학생을 각각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정작 두 여학생은 화를 면했으며, 그가 가장 먼저 기숙사에서 살해한여학생도 조씨와는 특별한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웬델 플린첨 버지니아텍 경찰서장은 "조씨로 부터 스토킹을 당한 두 여학생은 모두 대량 살상의 피해를 면했다"고 말하고 또한 "조씨와 희생자 32명간의 명확한 연결 고리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고 언급, 조씨의 범행이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것임을 시사했다.
조씨가 NBC 스티브 캐퍼스 사장 앞으로 보낸 문제의 소포에는 자신이 미리 준비한 장황한 내용의 선언문과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총을 든 남자 모습의 사진, 비디오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조씨가 보낸 소포를 조씨의 '선언문'(Manifesto)으로 명명했다.
조씨는 이 선언문을 통해 부자에 대한 분노를 표하고, 이들에 대한 복수를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자신의 범행이 개인적인 복수가 아닌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임을 주장한 것이다.
그의 이러한 수법은 지난 1970년~1990년대 이른바 '유나보머'(Unabomber)라고 불린 연쇄 편지 폭탄 테러범 시어더 카진스키가 '유나보머 선언문'이라고 명명된 '산업 사회와 미래'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현대 기술 문명 위험성 경고를 자신의 범행 목적이라고 주장한 것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테러로 3명을 숨지게 하고 23명을 부상시킨 카진스키에게 '유나보머'란 별명이 붙은 것은 그가 주로 대학(University)과 공항(Airport)에 우편 폭발물을 보낸 데 따른 것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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