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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0 19:03 수정 : 2007.04.21 00:27


성장기 살펴보니

중·고교때 동창들 증언
“ 서툰 영어 어눌한 발음
수업 도중 조롱거리돼
몇몇은 비열한 행동도”

낯선 이민 환경이
말수 적은 성격
더 극단화 시킨듯

“책을 크게 읽어보렴.”

“………………”

“수업 낙제시킨다!”


조승희는 마지못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이상하고 나지막했다. 마치 입안에 뭔가를 넣고 있는 것 같았다.” 학생들이 일제히 깔깔대며 비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조씨에게 손가락질하며 내뱉었다. “중국으로 돌아가!”

조씨와 웨스트필드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크리스 데이비드가 <에이피>(AP) 통신에 전한 조씨의 고등학교 시절 영어수업 풍경이

다.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조씨가 학창 시절 놀림을 받고 따돌림을 당한 사실들도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어머니 “누나 빼곤 말안해”

고등학교 동창인 스테파니 로버츠는 “중학교 때 몇몇 애들이 승희한테 아주 비열하게 행동했고, 무시하고 비웃었다고 친구들이 얘기했다”며 “영어가 서툴다고 때때로 웃음거리가 됐다”고 전했다. 조씨의 어눌한 발음과 서툰 영어가 조롱거리였다. 그가 방송사에 보낸 영상물에서도 조씨의 영어 발음은 알아듣기 힘든 중얼거림이 많았다. 조씨와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리건 윌더는 “분명히 괴롭힘을 당했다”며 “영어를 못하면서도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교 때는 강의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영문과 니키 지오바니 교수는 조씨가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로 다른 학생을 찍는 등의 행동을 했다”며 “학생들이 수업에 빠지는 일까지 벌어져 수업에 못 들어오게 했다”고 말했다.

놀림과 따돌림은 조씨의 지나친 수줍음도 큰 원인이었다. 학교 친구들은 “말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묻는 말에 ‘그렇다’ ‘아니다’라고만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버지니아공대의 한국 동포 학생들은 “그가 한인 학생 모임에 나오지 않아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밝혔다. 사건 직후 사법당국은 “거의 알려지지 않아 정보를 얻는 게 어려웠다”고 밝혔다.

조씨의 외할아버지 김아무개(81)씨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달려와 한번 안기는 일도 없고 워낙 말수가 적었던 아이였다”고 떠올렸다. 조씨의 어머니도 “승희가 누나를 빼고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주위에 걱정을 털어놨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씨에게 낯선 이민 환경은 이런 성격을 극단화시킨 것으로 추측된다. 조씨는 방송사에 보낸 영상물에서 “너희는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다른 어떤 선택권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씨가 “학교 총기난사범의 거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친구가 없고, 놀림을 당하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고, 복수를 결심하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오래전부터 이상한 행동으로 신호를 보내는 젊은 남자’라는 것이다. 과대망상증까지 겪은 조씨의 지금까지 드러난 행적과 거의 일치한다. 범죄에 관한 16권의 책을 쓴 노스이스턴대 형법 교수 제임스 폭스는 “모든 점에서 그는 지난 25년간 연구해온 대량살인범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학교 총기사범 71% 놀림받아

지난 2002년 37건의 학교 총기사건을 조사한 미국 교육부의 연구 결과, 총기난사범의 71%가 “공격을 하기에 앞서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거나 상처를 입었다”고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어떤 때에는 놀림을 당한 게 공격을 결심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심리학자 머리사 라단조는 “조씨는 총기난사범에 대한 선전용 포스터에 등장할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카고 러시대학 병원 루이스 크라우스 박사는 “조씨가 정신의학적으로 문제가 있었지, 놀림이나 괴롭힘으로 촉발된 게 아니다”라고 다른 의견을 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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