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2 18:14
수정 : 2007.04.22 18:16
이번 사건 이후 집을 떠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조승희씨 가족이 20일(현지시각)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깊은 애도와 자책감을 담은 ‘사죄 성명’을 냈다.
누나인 선경씨가 써 <에이피>(AP) 통신에 보낸 성명은 “우리 가족은 동생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해 아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모두에게 아주 끔찍한 비극”이라며 사죄했다. 성명은 희생자 32명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우리는 극한 고통에 시달리는 희생자 가족들과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승희씨에 관해 “조용하고 수줍은 성격이었지만,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했다”며 “이런 큰 폭력을 저지르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사람(조승희씨)을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애통한 심정을 나타냈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 자신들도 의문이 많다며, 수사 당국에 협조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성명서를 전달한 웨이드 스미스 변호사는 조씨 가족이 언론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퍼시치니 연방수사국(FBI) 워싱턴지부장은 21일 조씨 가족이 워싱턴 지역의 친척이나 친구 집에 머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수사국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지는 않았고, 다만 자주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연방수사국이 조씨 부모가 집에 돌아간다면 증오 범죄에 대처해 주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말해, 조씨 가족을 보호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주미 한국대사관에 “조씨 부모가 어디에 있는지 자세히 모르지만, 전화 연락은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그는 조씨 부모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조씨 가족은 성명서에서도 “우리는 악몽 속에 살고 있다”,“어둠의 비참함을 겪고 있다”,“희망도 없고 절망적이며, 길을 잃었다”고 참담한 심정을 절절하게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버지니아공대 학생 안드레아 해커(19)는 20일“조씨 가족한테 크나큰 연민을 느낀다”며, “그들도 우리처럼 비탄에 잠겼을 것이고, 그 일을 저지른 가족을 뒀다는 압박까지 받고 있다”고 <에이피> 통신에 말했다. 조카를 잃은 웬디 애덤스는 “내가 조씨를 용서할 만큼 너그럽진 못하지만, 그 가족한테는 동정심을 느낀다”며 측은한 마음을 나타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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