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6 09:37
수정 : 2007.04.26 09:41
|
루퍼트 머독
|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한 형편없는 커뮤니케이터라고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혹평했다.
호주 언론들에 따르면 머독은 2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켄 연구소 세계 회의에서 경제계 지도자들에게 행한 연설을 통해 부시 대통령은 직접 대면했을 때는 표현도 정확하고 설득력 있게 얘기를 끌어가지만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얼어붙는 경향을 보인다며 그같이 밝혔다.
그는 "나는 부시 대통령의 지지자이기는 하지만 말솜씨에서는 그가 적응력이 떨어지는 형편없는 커뮤니케이터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스카이 TV 등 전 세계에 수많은 방송과 신문들을 소유하고 있는 뉴스 코퍼레이션 회장인 그는 "언제든지 텔레비전 카메라가 나타나기만 하면 부시 대통령은 금방 얼어붙어 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직접 만나보면 부시 대통령은 누구보다 설득력 있고, 힘이 있고, 정확한 표현으로 대화를 이끌어간다"면서 "이 같은 괴리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과 관련, 워싱턴의 반 부시 정서가 너무 강해 앞으로 남은 임기 18개월 동안 부시 행정부가 더 이상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이 발행하는 뉴욕 포스트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 몇몇 언론을 제외하면 미국 내 모든 미디어들이 1년 내내 한 목소리가 돼 부시를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그를 박살내고 싶어 하고 있다"면서 "그의 종교적 신념 때문인지, 아니면 2000년 선거결과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워싱턴의 분위기는 지극히 독성이 강하다"면서 "그가 한 일들이 그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 속에서 그가 앞으로 남은 임기 18개월 동안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것은 매우 심각하고 슬픈, 이 나라의 문제"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라크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이 지금 철군을 한다면 전쟁에서 진 것으로 간주되면서 중동지역의 분쟁이 더욱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자들의 즉각 철군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진 것으로 보일 경우 이라크 내전 등 중동 지역 문제가 엄청나게 커지고 미국 등 다른 나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것이 문제인데도 민주당은 이것을 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밀켄 연구소 세계 회의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교수와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사장 등이 참석해 머독의 연설을 들었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