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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9 17:00 수정 : 2007.04.29 17:00

미 경찰 과잉대응 논란

미국에서 한 고등학생이 수업시간에 쓴 글의 ‘폭력성’이 문제가 돼 경찰에 체포된 뒤 기소당했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지면에 발표한 글이 아닌 수업 과제물 때문에 기소까지 한 것은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에 놀란 당국의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시카고트리뷴>이 26일 보도했다.

캐리-그로브고등학교의 영어 교사인 노라 캡론은 23일 3학년인 중국계 이민 2세 앨런 리(18)가 ‘글쓰기’ 수업 과제물로 낸 글을 읽고 충격에 휩싸여 학교 당국과 상의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24일 등굣길에서 리를 체포했으며, 25일 그를 ‘치안 문란 행위’ 등 경범죄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리는 현재 캐리 지방교육청에서 ‘지도 교육’을 받고 있다.

그를 기소한 톰 캐럴 검사는 26일 문제가 된 구절은 “피, 섹스와 폭음, 마약, 마약은 재밌다”, “찔러, 찔러, …역겨운 것들”, “지난밤엔 한 건물에 들어가 두 자루의 ‘P90’을 꺼내 아무에게나 쏘아대고 주검과 섹스하는 꿈을 꾸었다” 등이라고 밝혔다. 리의 친구에 따르면 ‘P90’이란 공상과학 영화 <스타게이트>에 나오는 가상의 무기다. 학교와 검찰 당국은 리가 쓴 문장 전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캐리 지방교육청 대변인 제프 퓨마는 “단순히 폭력적이거나 험한 말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글이 생산된 수업은 ‘자유 글쓰기’ 시간이었다. 교사는 초현실주의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설명한 뒤 “마음에 떠오르는 무엇이든 쓰되 글의 내용을 판단하거나 검열하지 말라” “쉬지 말고 고치지 말고 쓰되, 자기가 무엇을 쓰는지조차 모를 때까지 쓰라”고 요구했다.

30년 전 이민 와 캐리에서 16년간 살아온 리의 아버지 앨버트 리는 “과제물로 쓴 글 때문에 기소당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친구들은 앨런 리가 4.2 만점에 평균 4.0을 받은 우등생으로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며, 체포와 기소는 과잉대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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