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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4 18:08 수정 : 2007.05.04 21:16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하르주 아친 마을에서 낭가하르주 마약소탕반과 경찰이 나무 막대기로 양귀비 밭을 파괴하고 있다.

세계 아편 90% 생산…경찰 양귀비밭 초토화
농민 “밥줄 끊지말라”…탈레반 구역은 손 못대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하르주의 아친 마을. 파키스탄 접경 지역인 이곳에선 요즘 아프간 경찰과 마을 대표 10여명이 나무 막대기로 양귀비를 후려치는 ‘마약소탕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이 10평 남짓한 양귀비 밭 한곳을 초토화시키는 동안 양귀비를 재배했던 농부는 멍하니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만 웃음을 잃지 않고, 엉망이 되어버린 밭에서 한창 영근 양귀비 열매를 으깨 안에 든 씨앗들을 간식 삼아 먹는다.

키트한이라는 이름의 한 농부는 경찰관들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마약 소탕작전의 취지에는 아프간인들도 수긍하지만 ‘밥줄’이 사라지는 데 대한 반발은 격렬하다. 키트한이 15평 정도의 밭에서 한해 거둬들이는 수익은 384달러(약 35만원)다. 마약소탕 당담자 마수드 아흐마드 아지지는 “밭이 파괴된 농부들에게 돌아가는 금전적 보상은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 등의 압력으로 아프간 정부는 올해초부터 지역마다 마약소탕작업반을 구성해, 열매가 영글기 전부터 양귀비를 잘라내버리고 있다. 이곳 낭가하르주에서도 3달 전부터 각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생계가 막막해진 농부들의 마음을 잡는 것은 탈레반 반군 세력이다. 낭가하르주에서도 오사마 빈라덴이 숨어있던 곳으로 유명한 토라보라 인근 양귀비 밭은 탈레반 세력 때문에 손도 대지 못한다. 탈레반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우루즈간, 헬만드, 칸다하르 등 남부의 광대한 농경지역에서는 소탕반을 향한 총격이 계속되고 있다.

빈곤과 불안, 먹고 살 길 없는 막막함 속에서 아프간은 전세계 아편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최대 수출국이 됐다. 2001년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몰아낸 이후 아프간의 아편 생산은 매년 상승곡선을 그렸다. 유엔 마약범죄국(UNODC)의 최근 자료를 보면, 지난해 아프간의 아편 생산은 전해보다 50% 이상 증가한 6100t에 이르렀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아프간의 아편 생산이 국내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그야말로 아편이 아프간 경제를 먹여살리는 꼴이다. 전쟁과 빈곤이라는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아프간에서 ‘아편과의 전쟁’은 아친 마을의 양귀비 밭 만큼이나 끝이 없어 보인다.

글·사진/낭가하르주 김주선·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김주선(필명)은 <뉴욕타임스> <타임> 등 유력 언론들과 사진 작업을 해왔으며, 지난해부터 아프가니스탄 곳곳을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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