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21 18:18
수정 : 2007.08.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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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날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체 게바라와 아내 마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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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단 하나뿐인 내 사랑/가슴 한쪽 당신을 데리고 가오/길이 없어질 때까지 함께 걸어가리라”.
중남미의 전설적 혁명가 체 게바라는 생을 마쳤던 볼리비아로 떠나기 전 아내 알레이다 마르치(71)에게 시를 써 보냈다. 마치 그의 마지막을 예견이라고 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게바라의 부인 마르치가 40여년의 침묵을 깨고 <초혼>이라는 회고록을 펴냈다고 <엘파이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 책에선 게바라와 주고받은 편지, 시 등을 처음으로 공개됐고, 개인의 삶보다 혁명을 앞세운 게바라의 삶이 녹아 있다.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 있었어요. 가정에 충실할 수 없었죠!”. 마르치는 “남편은 새벽 3~4시, 때로는 아침 6시에 집에 돌아왔어요. 매일 5~6시간만 잤어요”라면서도, 가정에 소홀한 남편을 탓하지는 않았다.
게바라의 비서이기도 했던 그는 결혼한 지 열흘 뒤에 석달짜리 해외출장에 따라가려고 하자 “특혜처럼 보일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전했다. 게바라는 혁명동지였던 피델 카스트로까지 나서 데리고 가라고 설득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바라는 1959년 1월2일 게릴라들이 쿠바 아바나를 진군하는 차 안에서 “더 좋은 순간을 고르지 못했다”며 청혼했다. 게바라는 첫 딸을 낳기 전, 평소처럼 농담조로 “만약 딸이면 창가에서 떨어뜨리겠다”는 전보도 보냈다. 1966년 볼리비아로 떠나기 전에는 “대머리에 두꺼운 안경을 쓴 모습이 마치 예순살은 돼 보였다”고 마르치는 떠올렸다.
두번째 부인인 마르치는 1959년 6월 결혼해, 게바라가 67년 10월 볼리비아군에 암살당할 때까지 8년 간 생활하며 자녀 넷을 뒀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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