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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라디오카라카스텔레비전(RCTV) 폐쇄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27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방송사가 차베스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등 사회에 악을 끼친다는 의미로, 텔레비전 수상기 속에서 악마가 웃는 모습을 꾸몄다. 카라카스/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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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시청률 1위 ‘반차베스’ 방송사 폐쇄
‘편향언론 심판’-‘표현자유 침해’ 연일 찬반시위
차베스의 언론 탄압’인가, ‘정도를 벗어난 편향언론의 업보’인가.
‘중남미 반미·좌파 기수’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게 세계의 시선이 다시 쏠리고 있다. 그가 베네수엘라 시청률 1위의 민영방송인 <라디오 카라카스 텔레비전>(RCTV)을 문닫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1953년 설립된 이 방송은 방송 허가권을 갱신받지 못하자 27일 자정 고별방송을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고 일간 <엘나시오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26~27일 수도 카라카스 등에선 수천여명씩의 군중들이 방송국 폐쇄를 둘러싸고 찬반시위를 벌였다. 군대는 방송국 주요시설을 압수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압수한 RCTV의 장비를 이용해 사회주의 혁명을 선전하는 관영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방송>(TVes)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정치 언론?=RCTV와 지지자들은 ‘언론자유’ 침해라고 비난하고 있다. RCTV 소유주 마르셀 그라니에르는 “전체주의 국가로 향하고 있다”며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말 여론조사회사 다타날리시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0%가 차베스 대통령의 방송국 폐쇄 방침에 반대했다.
차베스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정치언론에 대한 정당한 심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나친 폭력과 음란물 방송이 “국가에 위협이 됐다”고 주장했다.
좌파 사회주의 혁명을 부르짖는 차베스 대통령과 보수 우익 RCTV의 극단적 충돌은 예고돼왔다. 이는 차베스 대통령이 RCTV의 인기 멜로드라마에 대해 자본주의를 부추기는 ‘독성물질’이라고 비판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2002년 4월 반차베스 쿠데타 당시, RCTV는 차베스 대통령의 거짓 사임발표문을 단독 보도하는 등 꾸준히 반차베스적 정치언론의 길을 걸었다.
이 때문에 “언론탄압”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RCTV의 주장은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방송 폐쇄 지지자들이 “새로운 사회주의 방송 탄생”이라고 환영한 것은 사태의 배경에 차베스 노선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깔려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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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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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친정부 신문에는 다른 곳에 비해 12배나 많은 정부광고를 배정하면서‘언론 길들이기’를 해왔다. 이번에 허가권을 갱신받은 텔레비전 방송 <베네비전>이 2004년 이후 비판적 보도를 하지 않는 등 언론들의 ‘순응’도 두드러진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의회 승인없이 포고령만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가 어떤 이유에서든 문을 닫음으로써 차베스의 독주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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