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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1 09:23 수정 : 2007.05.31 09:23

학대하는 남편을 살해한 죄로 기소돼 징역살이를 하던 60대 미국 할머니가 매맞는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캘리포니아 주법의 변화에 따라 처음으로 석방됐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29일 캘리포니아주 포모나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16년간의 수형 생활을 끝내고 완전한 자유의 몸으로 풀려난 후디 조이스 워커(65) 할머니가 학대받았다는 "전문가의 진술을 보여줄 수 있다면 사건의 재심을 가능토록" 개정된 2002년 캘리포니아 주법의 첫 수혜자라고 보도했다.

워커 할머니는 지난 1990년 `어머니 날'인 5월 13일 로스앤젤레스 인근 하시엔다 하이츠의 자택에서 남편 토머스 워커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뒤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돼 최소 16년, 최대 종신형이 선고됐었다.

사건 당일 워커 할머니는 딸들, 손자와 손녀들을 데리고 LA다저스의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할 계획이었으나 수년간 술만 마시면 아내를 폭행하고 갖은 욕을 내뱉어오던 남편은 이를 취소시키고 온천욕을 다녀온뒤 워커 할머니에게 총을 겨눈 채 "오늘이 네 마지막 날이다"고 협박했다.

워커 할머니는 경찰에 신고한뒤 집을 뛰쳐나가 차를 몰고 수시간 돌아다니다 남편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소지품을 챙기던중 다시 남편이 돌아왔고 다시 경찰에 신고한뒤 살인 사건이 터졌다.

살인 경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으나 워커 할머니는 남편이 권총이 든 상자를 탁자에 놓는 순간 서로 잡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다 우연히 발사돼 남편이 숨진 단순한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토머스 워커의 폭력적인 행동은 여러 증인들이 증언했으나 검찰은 "그토록 폭력적이었다면 왜 함께 살아왔느냐. 무언가 밝히지 못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심원들은 2급 살인혐의로 낮춰 유죄로 평결했고 항소심에서도 변호인측이 학대받은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워커 할머니가 무죄를 거듭 주장하고 있는 사이에 배우자의 폭행과 그에 따른 영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쪽으로 형법 환경이 바뀌었고, 마침내 2002년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배우자의 폭행에 전문가의 증언 결여로 형을 살고 있는 강력범의 경우 법원이 인신보호법에 따라 재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이 통과된 뒤 2년만에 워커 할머니는 청원서를 작성해 접수시켰고 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했으나 올 2월 항소법원은 "워커 피고가 학대받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더라면 다른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재판이 시작됐었다.

지난달 보석으로 석방된데 이어 사건 발생 17년만에 맞는 `어머니 날'인 지난 13일 변호사 및 딸들과 함께 다저스타디움을 찾아가 LA다저스의 경기를 감격스레 지켜봤던 워커 할머니는 우선 세인트루이스와 댈러스 등지에 살고 있는 증손들을 만나고 매맞는 여성들을 위한 활동에 참여할 계획이다

워커 할머니는 "할 일이 너무 많다"면서 "내 나이 65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편 신문은 워커 할머니와 비슷한 사례로 교도소에서 수형생활을 하는 재소자가 50~60건이나 된다며 워커 할머니의 석방이 다른 사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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