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31 21:23
수정 : 2007.05.31 21:23
FIFA 고지 축구 금지에 직접 시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달 27일 선수 안전 등을 이유로 해발 고도 2500m 이상 지역에서 국제경기를 금지한 조처에 대해 남미 국가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볼리비아에선 축구광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그는 장관들과 함께 30일 고도 3600m의 라파스에서 길거리 축구 4경기를 뛰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자신들이 이런 고지대에서 축구를 할 수 있으면, 세계적 선수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온몸 시위’인 셈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번 결정으로 영향을 받는 안데스 산맥 국가 등에 오는 6일 긴급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페루 쿠스코는 해발 3500m, 에콰도르 키토는 2800m, 콜롬비아 보고타는 2640m에 자리하고 있다. 키토의 시장은 항의시위를 촉구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등 축구 라이벌인 다른 남미 국가들과의 미묘한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브라질 축구클럽 플라멩고의 부회장 클레베르 레이트는 이번 결정을 “인류를 위한 승리”라며 지지했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도 높은 고도 탓에 선수들이 두통과 현기증 등을 겪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볼리비아 등이 그동안 고지대에 익숙하지 않은 자국 팀을 초청해, 승부를 유리하게 이끌었다고 비판해왔다.
반면, 페루 국가대표팀 담당의사 하비에르 아르세는 “고도가 낮아도 덥거나 습도가 높은 곳 역시 경기가 금지돼야 한다”며 브라질 등을 겨냥했다. 이번 결정 뒤, 페루 등은 국제축구연맹 회의에 참석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에 책임을 돌렸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스포츠 없이, 축구 없이 남미의 연대는 없다”며 “국제축구연맹이 의심스런 조처로 중남미를 갈라놓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축구연맹은 27일의 결정을 뒤집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오는 14일 파라과이에서 남미 국가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