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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5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세인트앤슬름 대학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라크전에서 아들을 잃은 한 여성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줄리아니 전 시장, 존 매케인 상원의원. 맨체스터/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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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맹공에 이민 재해대책도 ‘차별화’ 전략
“줄리아니 가장 능숙” 평가…내분 민주당에 호재
6일 열린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2차 텔레비전 토론에서는 후보자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후보 10명은 이라크전과 이민 정책,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응에 이르기까지 부시 대통령을 강한 어조로 비난해 야당인 민주당의 대선후보 토론장을 방불케 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시엔엔>(CNN) 방송이 주최한 이날 토론의 최대 주제는 이라크전이었다. 후보들 다수는 침공 자체에는 찬성했지만, 부시의 미숙한 대응과 잘못된 외교가 재앙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보건장관을 역임한 토미 톰슨 전 위스콘신 주지사는 “나는 그(부시)를 절대로 미국의 유엔 대사로도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라크에 병력증파를 지지해온 당내 지지도 2위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도 이라크전으로 가족을 잃은 청중에게 “솔직히 이 전쟁은 오랜 시간 동안 잘못 관리돼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축출 이후에 대비한 준비나 계획이 전무했다”며 가세했다. 부시 대통령의 국내 정책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던컨 헌터(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부시 정권의 멕시코 국경지역 보안장벽 건설이 “느려터졌다”고,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부시 행정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대응 미숙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각각 비판했다. 이날 토론에서 가장 능숙한 모습을 보여준 이는 현재 당내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줄리아니는 여성의 낙태권을 옹호해온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도중 토론장 근처에 벼락이 내리쳐 마이크 소리가 끊기자 “평생 가톨릭 계열 학교만 나온 나로서는 지금 일어나는 일이 (하느님의 분노인 것 같아) 매우 두렵다”고 말하는 등 유머 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후보들은 현안으로 떠오른 이민개혁 법안을 놓고도 열띤 공방을 벌였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북핵 문제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이날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장에서 드러난 당내 갈등은 백악관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거 미국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더 심각한 내부 갈등을 드러냈고, 이는 선거의 주요 패인으로 지적돼왔기 때문이다. 한편, 영화배우 출신으로 ‘제2의 레이건’을 표방하며 뒤늦게 뛰어든 프레드 톰슨 전 테네시주 상원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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