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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채 발견된 빈스 포스터는 오른손에 권총을 거꾸로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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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그가 왜 죽어야 했나 빈스의 죽음은 세간에 화젯거리가 됐다. 그는 그 해부터 임기를 시작했던 빌 클린턴 대통령의 유치원 친구였고, 영부인 힐러리의 변호사 활동 시절엔 절친한 회사 동료였다. 아칸소주의 변호사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해 능력도 인정받았던 그였다. 이렇듯 출세가도로 따지자면야 뭐 하나 빠질 것 없어보이던 사람이 워싱턴 정가 입성 4개월만에 돌연 '자살'했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의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빈스'라는 분위기 있는 이름과, 항상 말끔하고 단정했던 용모는 그를 미스테리의 주인공으로 부각시켰다. 음모론이 솔솔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의혹의 내용은 크게 (1) 다른 곳에서 살해된 뒤 공원에 버려졌다 (2) 백악관이나 제3의 장소에서 자살한 것을 관계자들이 발견해 공원으로 옮겼다로 요약된다.
(1) 타살 뒤 주검 유기설 - 타살을 주장하는 이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빈스가 클린턴에게 치명적인 정보를 공개하려 했기 때문에 제거됐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빈스가 힐러리와 '부적절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제거됐다고 하기도 한다. (2) 자살 뒤 주검 유기설 - 사망 현장에서 탄약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비탈길이었음에도 피가 비탈길 윗쪽으로 흐른 자국이 있다고 주장한다. 빈스가 백악관이나 제3의 장소에서 총격을 당한 뒤, 죽은 채로 이 공원까지 옮겨왔다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기사에서 언급된 빈스-힐러리 염문설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이 당시에도 빈스와 힐러리 사이에 있었던 '관계'로 인해 빈스가 제거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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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 포스터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한 만화. "사무실 치울 때까지 보고하지 말라고 하시는 영부인, 최초로 수감되는 영부인 될 것", "차 키, 지문, 피, 총탄, 뼛조각, 총성 등 발견된 게 없는데 자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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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장한 그들의 관계 이 연장선에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칼 번스타인은 8년 동안의 취재를 거쳐 힐러리의 삶을 다시 구성했다. 그리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내용 가운데 힐러리와 빈스의 관계를 다룬 <그녀의 다른 남자 Her Other Man> 챕터를 3일 보도했다. 번스타인은 빈스를 과묵하고, 신사적이며, 꼼꼼한 통찰력이 있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반면 빌 클린턴은 그와는 다소 다른 성향, 곧 낙천적이고, 자기 자신의 능력을 믿는 자신만만한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 힐러리는, 굳이 말하자면, 양쪽을 모두 가진 셈이었다. 빌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 뒤, 빈스 포스터가 백악관 부보좌관으로 임명됐을 때 빈스는 힐러리의 개인적 '변호사'로 사적인 일을 돌보는 것을 가장 중요한 임무로 생각했다. 힐러리는 빈스의 판단력과 큰 그림을 생각하는 통찰력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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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 부부(왼쪽)와 클린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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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이상 친구일 수 없었다. 그가 '미안해할 뻔 했던' 힐러리는 자신이 너무도 스트레스에 시달린 나머지, 더이상 그를 배려하지 않는 '상사'가 됐다. 빈스는 그녀를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에, 여전히 그녀의 좋은 의도를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존경하고 아끼며 소중히 여겼던 두 사람은, 각자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나약함'을 이해하며 서로를 걱정하며 돌보던 두 사람은, 더이상 예전과 같은 '친구 사이'를 유지하지 못했다. 힐러리가 변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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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번스타인 기자의 새 책 <여성지도자: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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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칸 영화제 개막작이었던 <프라이머리 컬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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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의 조지워싱턴공원에서 빈스 포스터가 숨진 채 발견된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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