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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8 17:45 수정 : 2005.03.28 17:45

WP,포드 행정부 안정보장회의 문서 폭로
“팔레비왕정때”채니·럼스펠드등 주요역활

“어마어마한 석유와 가스 위에 앉아 있는 이란이 왜 원자력 발전을 해야 하는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최근 ‘전력생산을 위한 평화적 목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란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며 이란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숨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무력 사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체니 부통령 등 강경파들이 30년 전에는 현재 이란이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논리로 이란 핵 에너지 개발을 적극 지원한 주역들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7일 폭로했다.

키신저도 말바꾸게 한 30년 시차=신문은 비밀해제된 제럴드 포드 행정부(1974~1976)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문서를 공개하면서 특히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던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군비통제군축국 핵비확산 책임자였던 폴 월포위츠 국방부장관 등이 이란의 대규모 핵에너지 계획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란의 팔레비 왕정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세력이었으나 1979년 호메이니가 지도한 이슬람혁명으로 축출됐다.

이들 포드 행정부 국가안보팀은 1975년 문서에서 “15년 뒤에는 이란의 석유 생산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이란에 플루토늄 재처리 설비를 제공해야 된다고 제안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 당시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서명해 회람한 ‘국가안보결정메모 292호(미-이란 핵협력)’ 문서는 미국 기업들에게 6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미국-이란 핵 설비 판매협상 전략을 제시하고 있으며, 포드 대통령은 1976년 이란에 미국제 재처리시설을 판매하도록 하는 대통령 명령에 서명했다.

포드 안보팀의 주선으로 당시 웨스팅하우스, 제너럴 일렉트릭 등 미국 기업이 이란에 64억달러 규모의 원자로 6-8기와 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이 체결됐으며, 이란 정부는 미국의 민간 우라늄 고농축 회사로부터 우라늄을 공급받는 조건으로 이 회사 지분 20%에 10억달러도 투자하려 했다.

만일 호메이니 혁명과 이어 발생한 테헤란 미 대사관 인질사건 등으로 미국과 이란의 핵 협력이 중단되지 않았다면, 이란은 미국 정부가 지원한 미국산 핵설비를 통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대량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지난 9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도 “이란 같은 석유생산 대국에 핵에너지는 자원 낭비”라고 주장했던 키신저 전 장관은 왜 30년 전과 현재 생각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놀란 듯 한참 멈칫한 뒤 “당시는 (이란이) 동맹이었고 상업적 거래였다”고 답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란 핵 문제=친미 왕정을 붕괴시키고 들어선 이란의 이슬람정부도 현재 자신들이 풍부한 석유·가스를 가지고 있지만 석유 생산량 감소와 인구 급증에 대비해야 하고, 경제회복을 위해 석유·가스 수출량을 늘려야 한다며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모흐센 아민자데 이란 외무차관도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3월7일치)에서 30년 전 이란은 앞으로 6000㎿(메가와트)의 핵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처음 제안한 것은 미국 정부였다며, “이란의 에너지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미국이 이슬람정권의 핵 개발만 비난하는 것은 친미정권은 핵을 가져도 되고 미국과 관계가 나쁜 정부는 핵을 이용할 수 없다는 논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란 정권이 미국과의 오랜 갈등과 이스라엘의 공공연한 ‘핵 무기 독점상태’에 자극받아 핵 무기를 원한다는 분석도 끊이지 않는다. 이란은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객관적 보장”을 하면 경제지원 등 포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영국·프랑스·독일 등과 기나긴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평화적 핵 보유는 국제법적으로 당연한 권리라며 결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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