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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22 01:32 수정 : 2007.08.22 01:32

“근거보다 기대 반영한 관측”…“터무니없다” 반응도

2.13 북핵합의 이행을 위한 6자회담 실무그룹 회의가 잇따라 열리고 있는 가운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주 선양 6자회담 비핵화 실무그룹회의에 이어 다음주엔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담이 제네바에서 열리는 등 북미간에 2.13합의 2단계 이행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조만간 라이스 장관의 방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항간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이수훈 위원장이 21일 "다음 주 유럽에서 열리는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회의에서 좋은 얘기가 오가고 유익한 결과가 나오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라이스 방북설은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라이스 장관이 방북하면 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 불능화 단계의 연말까지 완료, 북미관계 정상화의 과정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의제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한국 내 일각에서 이처럼 라이스 방북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국 내 분위기는 차분하기만 하다.

현단계에서 라이스 방북 관측은 섣부른 정도를 넘어 "터무니없다"는게 미국 정부 당국자와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워싱턴의 한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21일 "내가 아는 한 미국 정부 내에서 라이스 장관의 방북은 전혀 검토되고 있지 않다"며 "지금은 전혀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사정에 정통한 다른 소식통은 "라이스 장관 방북설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 단계에서 라이스장관의 방북이 어려울 것임은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를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취임 후 북한 김정일 정권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로 몰아붙이며 북한과의 실질적 양자대화를 기피해왔다.

딕 체니 부통령은 "우리는 악마와는 대화하지 않는다. 악마는 물리친다"는 말로 북한 등과의 대화 불가정책을 노골적으로 밝혔으며, 이후 북한에 대해 금융제재 등 일관된 압박정책이 펼쳐졌다.

이에 반발한 북한이 핵비확산조약(NPT)에서 탈퇴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들을 쫓아낸 것은 물론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강행하고, 핵실험까지 실시한게 불과 작년 일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정책을 본격화해 작년말 베를린 북미 회담을 계기로 2.13합의를 이끌어내고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를 매듭짓는 등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북한도 이에 호응해 영변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IAEA사찰관을 복귀시킨데 이어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를 골자로 한 2단계 이행 논의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버렸는지, 북한이 핵 포기의 전략적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말하진 못하고 있다.

북미 양측도 서로에게 '적대정책 포기'와 `핵 포기'의 전략적 결정을 내리라고 촉구하고 있을 뿐, 상대방에 대한 의구심을 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시 대통령이 대북 대화정책으로 선회한 것은 북한이 '악의 축'이며, '김정일은 백성을 탄압하고 굶주리게 하는 독재자'라는 인식을 바꿨기 때문이 아니라,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은 외교적 협상 밖에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이라크와 아프간 사태, 이란 핵문제 등에서 곤경에 처한 부시 행정부로서는 북핵 문제를 유일한 외교적 업적으로 남기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이 압승한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대북 외교협상을 적극 지원, 지휘하고 있는 라이스 장관 입장에서도 북한의 핵포기 결단을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열렬한 미식축구 팬인 라이스 장관은 북핵 협상을 4쿼터로 나눠진 풋볼경기에 비유, '아직 1쿼터'라는 말을 자주해왔다.

북한이 핵포기의 결단을 내렸는지 여부는 3-4쿼터에 가봐야 알 수 있다는게 라이스 장관의 비유적 답변이었다.

물론 1-2쿼터에 머물고 있는 북핵 협상을 4쿼터로 끌고가기 위해 라이스 장관이 전격 방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이끌어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란 미국 정부의 판단이 먼저 내려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드높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또 북핵 6자회담을 클린턴 전 행정부 등과는 다른 주요 외교적 업적으로 자랑해왔다.

이미 6자 외무장관 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라이스 장관이 갑자기 북미간의 양자대화에 치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납북자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하고 있는 일본 이 라이스의 방북에 강력히 반대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도 부시 행정부의 최근 북핵 정책 변화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의 방북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만일 그런 일이 이뤄지려면 북한의 핵포기 결정을 확신하는 상황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북한인권위원회 피터 벡 사무총장은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라이스 방북 관측은 "근거보다는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라이스 방북 가능성이 0.0%였던 작년보다는 확율이 좀 높아졌겠지만, 지금도 그런 가능성은 잘해야 20-30%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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