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조각가 선정 둘러싸고 인종 논란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일생을 바쳤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기념관 건립을 둘러싸고 인종차별 논란이 벌어졌다. 기념관에 들어설 킹 목사 기념상을 만들 조각가로 중국인 조각가 레이이신이 선정된 게 발단이었다. 비판가들은 흑인인 킹 목사의 기념상을 중국인이 만드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흑인 조각가, 최소한 미국인 조각가가 킹 목사 기념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인권 운동가들도 킹 목사가 생전 중국 정부의 종교와 인권탄압을 혐오했다는 이유로 반대 대열에 가세했다. 애틀랜타 출신의 흑인 화가인 길버트 영은 "흑인 예술가들이 가장 먼저 (킹 목사의 유지를) 해석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중국 태생의 앤 라오도 킹 목사가 중국의 인권 정책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다음달 온라인 청원서를 의회 의원들에게 제출하는 등 조각가 변경을 요구할 계획이다. 킹 목사 기념관 재단은 이러한 주장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재단은 중국인 조각가 레이가 흑인 조각가 2명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기념관 건립 프로젝트는 흑인 소유의 건축회사가 지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레이를 뽑은 킹 목사 기념관 건립위원회의 12명 건립위원 중 10명이 흑인이라고 말했다. 레이는 그동안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의 국민적 인물의 기념상을 조각해 왔다. 중국 허난(河南)성에 살고 있는 그는 "킹 목사가 미국 흑인들의 영웅이기 때문에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킹 목사는 모든 사람이 피부색과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형제 자매가 되는 것을 꿈꿨으며 나는 내 작품을 통해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킹 목사를 보여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오는 2009년 완공될 킹 목사 기념관은 워싱턴 내셔널몰의 링컨 기념관과 제퍼슨 기념관 사이에 들어설 예정이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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