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31 19:42
수정 : 2007.08.31 19:42
미국 39개 주서 상속법 시행…부동산재벌 113억 남겨 화제
최근 미국에서 부동산 재벌 리오나 헬름슬리가 애완견한테 1200만 달러 (113억원)를 유산으로 물려줘 화제가 되고 있지만, 이런 애완동물의 유산 상속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에이피> (AP) 통신이 31일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헬름슬리처럼 거액은 아니지만 점점 많은 이들이 죽은 뒤 남겨진 애견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신탁기금을 만들거나 유언을 남기고 있다. 방식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헬름슬리처럼 거액을 물려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애완동물이 전문가의 돌봄을 받으며 과거 살던 대저택에서 편안히 여생을 즐기도록 해준다. 어떤 이들은 애완동물이 장래 병에 걸릴 것에 대비해 ‘의료비’ 명목으로 돈을 남긴다. 또 애완동물을 대신 맡을 이에게 보상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늘어남에 따라 제도를 정비해 체계적으로 보장하는 주도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 말만 해도 애완동물의 상속이 인정되는 주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39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서 이른바 ‘애완동물 상속 신탁’ 관련 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애완동물 신탁 전문 변호사인 레이첼 허시펠드는 “많은 이들이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사랑한다”며 “미친 짓이라고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헬름슬리처럼 거액을 남기는 사람은 흔치 않다”며 “내가 맡은 것 가운데 딱 하나 500만달러 (약 47억원) 짜리였고 나머지는 모두 5천~1만달러(470만원~940만원) 안팎이었다”고 밝혔다.
‘애완동물 상속’은 더욱 늘어날 조짐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런 ‘애완동물 상속 신탁’에 감세 혜택을 주도록 하는 연방법 제정을 목표로 입법운동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인을 잃은 개와 고양이가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다 죽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애완동물이 숨진 뒤 남은 기금이 자선단체에 기부되도록 하면 부의 사회적 환원를 달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동물보호단체 간부는 “해마다 미국에서만 개와 고양이 400만~600만마리가 안락사되고 있다”며 “대부분 주인이 죽은 뒤 돌보는 이가 없어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87살을 일기로 숨진 부동사 재벌인 헬름슬리는 유산으로 애완견 ‘트러블(말썽쟁이)’에 1200만달러를 남긴 것으로 최근 밝혀져 논란이 됐다. 남편과 1982년 사별한 헬름슬리는 1천만달러를 물려받게 된 남동생 앨빈 로젠탈이 돌볼 예정인 이 개가 죽으면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도 남겼다. 네 손자 가운데 두명에게는 500만달러씩을 물려줬지만 다른 두명한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헬름슬리는 “그 이유는 그들이 안다”고 유언장에 썼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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