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니 연설싸고 논란 격화
화재로 소방관 2명 숨지기도
9·11 동시테러 대참사만큼 미국 국민들을 단합시킬 수 있는 사건은 드물다. 그러나 대참사 이후 처음으로 같은 화요일에 열리게 될 6주년 추모식을 앞두고 예년 같은 화합된 모습보다는 불협화음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의 대규모 추모식은 그라운드 제로의 공사로 인해 참사 이후 처음으로 근처의 주코티공원으로 장소를 옮겨 치러질 예정이다.
6년이 지나면서 과도한 추모행사에 대해 일부 시민들이 피곤함과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하자, 유가족들이나 관련자들의 항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달 18일에는 9·11 당시 옆 건물인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피해를 입어 비어 있던 도이체방크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지면서 어수선함을 더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9·11이 정치적 이슈가 되면서 불협화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선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마이클 블룸버그 현 시장의 초청을 받아 9·11 추모식에서 짧은 연설을 하기로 한 데 대해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9·11을 정치적 게임에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피해자 가족들과 소방대원들은 줄리아니 전 시장이 9·11 이전에 최신 긴급장비 도입 등을 게을리했다며 줄리아니의 연설을 반대하고 있다. 줄리아니의 지지자들은 비판세력들이 엄숙한 추모의 장을 정치에 이용하려 한다며 반박했다. 뉴욕주 상원의원인 힐러리 클린턴은 행사에 참석하지만 연설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백악관 “빈라덴은 무능력자” 지도자는 ‘알자와히리’ 주장도
알카에다 부활·건재엔 공감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비디오 테이프가 지난 7일 공개된 뒤 빈라덴과 알카에다의 실제 테러 능력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의 프랜시스 타운센드 국토안보보좌관은 9일 〈시엔엔〉(CNN)에 출연해 “빈라덴은 숨어지내면서 반미 선전을 할 뿐 ‘사실상 무능력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비디오 메시지)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며 “그는 도망 중이고 이런 테이프를 만드는 것 말고는 그가 동굴에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브루스 호프만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빈라덴이 알카에다 조직을 이끄는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빈라덴이 알카에다의 최고기구 ‘마즈리스 알 슈라’를 주재한 지 2년이 지났다”며 “이제 이집트 출신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알카에다를 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빈라덴의 지도자 지위가 논란을 빚는 것과는 별개로, 알카에다가 2001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와해 직전까지 갔던 위기를 넘기고 강력한 조직으로 부활했다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다. 타운센드 보좌관도 “알카에다는 여전히 단호한 테러조직이고, 우리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토머스 샌더슨은 “빈라덴이 동굴에 숨어지낸다고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을 하도록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알카에다가 부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살해되거나 체포된 지도자의 공백을 재빨리 메우는 능력을 꼽았다. 신문에 따르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3년 6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의 회견에서 파키스탄 당국이 알카에다와 탈레반 무장세력 500여명을 체포한 것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6달 뒤 무샤라프 대통령은 알카에다 조직원들에 의한 암살 시도를 겨우 모면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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