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지원에 수업중 보육 맡아줘
“공부 통해 폭력 상처 치유했어요”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수잔(가명)은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남편은 그가 책상에 앉기만 하면 ‘식사를 차려달라’는 등 갖은 방해를 일삼았다. 남편이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고, 아이 둘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수잔의 꿈은 멀어만 보였다. 하지만 2년 뒤인 2007년, 수잔은 남편과 헤어져 자녀를 키우면서 보육교사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보스톤의 한 시민단체가 마련한 ‘가정폭력 피해여성 대학 보내주기’ 프로그램 덕분이다. 매주 30시간씩 일하며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수잔은 “남편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아이들과 같이 앉아 공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학교육 프로그램의 성공이 폭력 피해자들의 자립과 치유 과정에 필요한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고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18일 보도했다. 보스톤 지역의 시민단체인 ‘하버시오브이’(COV)는 인근 벙커힐 커뮤니티 칼리지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대학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은 등록금과 수업중 보육을 지원받는다. 비슷한 처지인 여성들은 또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서로를 격려한다. 수잔은 “출산 다음주에 학교로 돌아올 정도로 열심인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87%라는 높은 성공율을 보이고 있다. 하버시오브이는 해마다 300여명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고, 3천명 가량에게 가정폭력 관련 상담을 제공해왔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대학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피해 여성들의 비율이 35%로 높다는 점에 착안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여성들의 자립 뿐만 아니라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 과거 남편의 살해 위협을 피해 수십번 이사를 다녔던 르네는 오늘날 모든 과목에서 ‘A’를 받는 우등생이 됐다. 그는 “가정폭력은 나의 자존감을 갉아 먹었다”며 공부를 통해 가해자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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