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13 18:45
수정 : 2007.11.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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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빈곤도시 이리 ‘이름없는 친구’ 46개 자선단체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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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빈곤도시 이리 ‘이름없는 친구’ 46개 자선단체에 기부
한때 잘 나가던 철강도시였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시에 ‘산타클로스’가 다녀갔다. 익명의 기부자가 나타나 이리시 46개 자선단체를 대상으로 무려 1억달러(약 919억원)를 희사한 것이다. 일대일 면담을 요청받고 이리커뮤니티재단으로 달려간 46개 자선단체장들은, 재단이 1억달러의 기부금을 받아 시내 모든 자선단체에 나눠줄 것이라는 소식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기부자의 이름은 ‘이름 없는 친구’.
마이크 배츨러 이리커뮤니티재단 이사장은 비밀유지 약속에 따라 입을 닫았다. “기부자가 살아있는가 죽었는가” “이리시와는 어떤 관계인가” 등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기부금 수령단체를 선별하기 위해 재단과 수년간 함께 작업했던 사람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철강산업으로 번창했던 이리시에는 이후 기계, 플라스틱, 제지, 가구공장이 들어섰지만 현재는 대부분 폐업하거나 해외로 이전했다. 이리시의 빈곤율은 미국의 평균치보다 2배나 높은 19%다.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는 키티 캔실러는 쉼터에 200만달러(약 18억3천800만원)가 제공될 것이라는 소식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까지 받았던 기부금 최고액은 2만5천달러(약 2297만원)였다. 푸드뱅크, 여성보호시설, 맹인보호단체를 포함한 자선단체들에 각각 할당되는 기부금은 100만~200만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기부자의 신원을 궁금해 하면서도 이를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응이다. 아동 물리치료시설을 운영하는 레베카 브러마진은 “기부자의 신원을 생각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면 기부자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말했다. 일부 자선단체 관계자는 ‘뭉칫돈’을 보고 소액 기부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서가 생길까봐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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