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산업화 추세…생체정보 악용에 무방비 지적도
"당신이 우유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당신의 DNA가 우유 소화에 적합한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의 전유물로 간주됐던 인간 게놈지도가 점차 보통 사람들의 관심사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계가 최근 일반인에게 DNA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유전자검사 기술에 투자하는 경향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생명공학 기업인 23앤미(23andMe)와 유전자 분석기업 디코드 지네틱스(deCODE Genetics), 내비지닉스(Navigenics) 등은 이미 개인의 DNA 정보 제공 서비스를 개시했다. 고객들이 이들 회사에 1천달러를 내고 의뢰하면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수십억개의 생체정보들이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23앤미는 고객들이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보기 전에 웹사이트를 통해 유전자 정보는 결정적인 것이 아니며, 설령 특정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아무 일 없을 수 있으니 이를 의학적인 진단으로 간주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또 결과 화면을 클릭하면 좋은 유전자는 녹색, 나쁜 유전자는 적색으로 표시된 막대 그래프가 나타나 평균치와 비교해 유방암, 당뇨병, 노인성치매(알츠하이머병), 다발성 경화증, 국한성 회장염(크론병) 등의 특정 질병을 앓을 위험성의 정도를 보여준다.고객들은 이를 통해 자신이 과거 우유를 잘 마시지 못했던 것은 DNA가 우유 소화에 적합한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모유 수유가 자녀의 지능 발달에 유리한 지 여부가 유전자 배열에 따라 달라진다는 등의 유용한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신문은 그러나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자녀에게 불량 유전자를 물려줬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혼란, 보험회사나 고용주 등이 개인의 생체 정보를 악용하는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는 문제 등은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자녀의 미래를 미리 재단하고 가능성을 억누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정보 제공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일부 보건 전문가들이 유전자 정보가 어떤 의미를 갖는 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단순히 검사 결과만을 알려주는 것이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는 것도 같은 차원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eugeni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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