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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8 10:53 수정 : 2008.01.08 11:00

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대선주자가 7일 뉴햄프셔 로체스터에서 지지자들과 유세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

민주당원·무당파에 일부 공화당원까지 “오바마 오바마”

이달 초 미국 아이오와주에 불었던 `오바마 돌풍'이 지난 주말 뉴햄프셔에 상륙한 뒤 지금 뉴햄프셔주는 `오바마 열풍'에 휩싸였다.

11.4 미 대선 민주.공화당의 당내 경선 초반 판세를 좌우할 8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모이는 곳마다 화제는 단연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오바마의 선거 유세장에는 지지자들은 물론 민주당 내 다른 후보 지지자, 공화당원,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이나 청소년들까지 그의 모습을 직접 보겠다며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오바마의 인기는 웬만한 록가수를 훨씬 능가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보면 `힐러리 대세론'은 꺼지고 `오바마대세론'이 대두되고 있다고 느끼기에 충분하다.

`오바마 바람'은 젊은 층과 여성층에 집중된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유세장에는 백발이 성성하거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노인 유권자들이 상당수에 달했다. 또 이들에게 당적을 물어보면 민주당원보다도 무당파라거나 과거엔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었다고 밝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외국인, 꼬마 유권자까지 나서 오바마 지지 = 7일 오전 9시 뉴햄프셔주의 북쪽에 위치한 작은 농촌 마을 레바논의 오페라하우스 앞.

프라이머리 투표 전날인 이날 오전 10시30분 오바마가 이 곳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유권자들이 아침부터 속속 몰려들더니 행사 시작을 1시간 30분이나 남겨놓고도 인파가 50미터 이상 장사진을 쳤다.

오전 10시께가 돼서는 2~3명씩 대오를 이룬 행렬이 200미터 넘게 길어졌다.

오전 10시 15분. 행사장으로 입장이 시작된 뒤 얼마 안돼 800석을 가득 메운 것은 물론 복도와 2층까지 사람들로 가득찼다. 입장을 못한 사람들도 꽤 많아 전체 인원은 1천500명을 족히 넘어 보였다.

작은 시골마을인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 지 모르겠다며 주최측 관계자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오바마 자원봉사자로 나선 올해 87세의 릴라 맥클레인(여)은 "오바마는 마음이 착한(good mind) 사람이어서 매력이 있다"면서 "공화당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민주당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행사엔 빠지지 않고 참석할 정도로 열렬한 지지자였다는 낸시 하트(65.여)는 "에드워즈도 훌륭한 후보지만 이번엔 오바마에게 투표하려고 한다"면서 "오바마가 보고 싶어 행사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명문 다트머스대 교수 출신으로 한때 닉슨.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했을 정도로 골수 공화당 지지자였던 그녀의 남편도 "이번에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그녀는 귀띔했다.

오바마 지지자들은 지금 미국엔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해낼 사람은 오바마가 적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행사장에는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도 상당수 눈에 띠었다.

미국에서 10년 살았다는 덴마크인 페르 프로스트는 "투표권이 있었다면 오바마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면서 "오바마는 가장 똑똑하고 솔직한 후보로 많은 사람들에게 존 F.케네디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8~10년 전이라면 미국에서 흑인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은 크게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 지앙규유는 "미국 친구들이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점에 별로 괘념치 않는 것 같다"며 미국인들 사이에 흑인 및 인종차별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밝혔다.

2년 전 한국에서 유학왔다는 고교생 서영완(17)군은 "오바마가 보고싶어서 친구들과 함께 행사장에 나왔다"면서 "오바마와 악수까지 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인근 버몬트주에서 왔다는 올렉 제터 에반(11.여)과 라파엘 제터 에반(8)은 `오바마를 지지하는 아이들(Kids for Obama)'이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오바마를 환호했고, 짐 왈리스라는 유권자는 "오바마는 미국의 미래를 대표하는 후보"라면서 자신의 애완견에 `Obama 2008'이라고 적은 천을 입히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아침 행사가 늦어져 당초 예정보다 40분 늦게 행사장에 도착한 오바마는 연설에서 "지금이 미국을 변화시킬 때"라면서 "내일 꼭 투표에 참여해 뉴햄프셔에서 변화를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매케인 유세장 참석자도 "오바마, 오바마" = 7일 오후 3시30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시내 중심가의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거리유세장.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진영에서 매케인 의원이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을 반영한 듯 미국 내외에서 몰려온 기자들이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여 취재기자가 반(半), 일반 유권자가 반(半)을 차지하는 게 아니냐 생각될 정도였다.

매케인 지지자들이 매케인을 맞을 준비를 하며 분위기를 돋우는 동안 한 켠에선 론 폴, 존 에드워즈, 힐러리 클린턴 등 여러 후보 지지자들이 각기 지지하는 후보의 피켓을 치켜들고 언론을 상대로 신경전을 벌이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뉴햄프셔주 베드포드에 사는 도널드 벌린은 자신을 무당파라고 소개한 뒤 "지난 대선 때 조지 부시를 지지하는 등 지금까지 줄곧 공화당 후보에 기울어왔지만 이번엔 오바마에게 투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처음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는 그는 "21세기에 접어들고 있는 미국은 중대한 변화(major change)가 필요하다"면서 "오바마는 21세기에 걸맞은 비전을 제시할 인물"이라고 밝혔다.

올해 59세인 클레어 더피(59.여)는 "21세기 백악관에는 새롭고 젊은 피(new young blood)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이 변하기 위해선 부시-클린턴-다시 부시-또 다시 클린턴으로 백악관 주인이 이어지는 일부터 없어야 한다"며 주머니 속에 감췄던 오바마 배지를 내보였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 (맨체스터.레바논<뉴햄프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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