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09 20:17
수정 : 2008.0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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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햄프셔주 내슈아에서 8일 밤 지지자들 앞에 선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을 아내 미셸이 뒤에서 안아주고 있다. 내슈아/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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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네바다 격돌 “해볼만한 상황”
뉴햄프셔 예비선거(프라이머리) 개표 전까지만 해도 낙승을 예상했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진영은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자, 다시 바람을 살리기 위해 고심 중이다.
애초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우세로 점쳐지던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는 2월5일 ‘슈퍼화요일’의 전초전인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바람을 다시 살리려면 기존 조직들에도 힘을 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네바다는 영향력이 큰 노조가 지지를 표명할 예정이고,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흑인 인구가 많아,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보고 있다.
오바마는 9일 패배가 확실시된 뒤 내슈아의 선거운동 캠프에 나타나 힐러리에게 축하를 보내는 여유를 보인 뒤 “우리는 앞으로 긴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변화를 요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위로했다. 이어 그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오늘 밤 뉴햄프셔에서 한 일을 일궈 내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아직 힘이 남아 있고 전진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렇지만 뉴햄프셔 패배는 오바마에게 단순히 한 주를 잃은 것 이상의 부담이란 게 지배적 분석이다. 3일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 승리 이후 전국을 강타하던 ‘오바마 열풍’에 사실상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만약 오바마가 뉴햄프셔에서 승리했다면 오바마는 큰 장애물 없이 대선가도를 내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오바마는 아이오와 당원대회 승리 이후 전국 지지도에서도 힐러리를 따라잡았다. 그러나 뉴햄프셔 패배로 이런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오바마 쪽은 우선 19일과 26일로 잡힌 네바다 당원대회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에서 전력을 기울여 다시 오바마 열풍을 되살리는 작업이 시급해졌다. 2월5일 ‘슈퍼화요일’에 앞서 전열을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오바마가 외치는 변화가 실체가 없다거나 내용이 빈약하다는 힐러리 쪽의 공세나 언론 등의 비판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초선 상원의원인 오바마로선 당파 대립에 매몰된 워싱턴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것 이상의 알맹이를 내보인 게 별로 없는 실정이다.
현지 분위기는 일단 오바마 쪽에 불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바다의 경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식업노동자조합이 오바마 지지를 선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인구의 29%를 차지하는 흑인의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이곳 민주당 프라이머리의 경우 흑인이 전체 투표자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오바마에게 고무적이다.
애초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경우 힐러리 쪽은 풀뿌리 조직보다 과거 클린턴 대통령 시절 맺어놓은 흑인 지도자들의 지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가 아이오와 당원대회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이후 분위기가 달라지는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가 해볼 만한 상황인 것이다.
오바마는 우선 9일 힐러리의 본거지인 뉴욕에서 선거기금 모금에 나설 예정이다. 아이오와 당원대회와 뉴햄프셔 예비선거에 전력을 기울이는 바람에 텅 빈 선거자금을 재충전하기 위해서다. 그 뒤 다음날 곧장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동해 ‘오바마 열풍’ 재점화에 나설 계획이다.
오바마는 ‘변화와 희망’의 약속으로 다시 출발할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뉴햄프셔 예비선거 발표 뒤 지지자들에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수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가한 것은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미국을)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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