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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지지자들이 8일 뉴햄프셔주 예비선거 결과를 보고 환호성을 터뜨리고 있다. 맨체스터/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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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후보 지지 밝히다 백인후보에 투표’ 현상
‘힐러리 눈물’이 유권자 보호본능 자극 분석도
‘브래들리 효과’가 나타난 걸까?
뉴햄프셔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 전 여론조사에서 앞서 가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9일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브래들리 효과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브래들리 효과는 흑백 대결에서 백인 유권자가 여론조사 때 흑인 후보를 찍겠다고 해놓고 실제 투표에서는 백인 후보에게 투표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오바마는 <유에스에이 투데이>와 갤럽의 5∼6일 조사에서는 41%-28%, <시엔엔>과 뉴햄프셔 지역방송 조사에서는 39%-29%로 두자릿수 차이로 크게 앞서 나갔다. 그러나 9일 개표 결과, 힐러리가 39.2%-36.4%로 승부를 뒤집었다.
브래들리 효과는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유래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 시장 출신 흑인인, 민주당 후보 톰 브래들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백인 후보 조지 듀크미지언을 앞섰으나, 막상 개표해 보니 근소한 차(1.2%)로 패배했다.
조사 결과, 백인 유권자들 중에 여론조사 때 “브래들리를 찍겠다”고 해놓고 투표에서는 백인 후보를 찍은 이들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던 백인 유권자들 중 많은 이들이 백인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89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흑인 후보 더글러스 와일더는 출구조사에서 공화당의 백인 후보 마셜 콜먼을 10% 앞섰다. 그러나 실제 개표에서는 0.3%차의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이 때문에 브래들리 효과는 ‘와일더 효과’라고도 한다.
83년 시카고 시장 선거, 89년 뉴욕 시장 선거 등 흑백 대결이 펼쳐진 여러 선거에서 브래들리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백인들이 인종적 편견이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싫어 여론조사 때 본마음을 숨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브래들리 효과가 미미했다. 2006년 중간선거 때는 흑인 후보 5명이 출마한 주 단위 선거에서 여론조사와 개표 결과가 큰 차이가 없었다. 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는 보고서에서 “인종에 근거해 후보를 판단하는 유권자가 확실히 줄었다”고 밝혔다.
이번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는 여성 유권자들의 태도 변화가 많았다. 갤럽의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여성들은 36%-34%로 오바마 지지가 많았다. 그러나 출구조사에서는 47%-34%의 힐러리 우위로 바뀌었다. 브래들리 효과가 ‘오바마 효과’로도 일컬어지게 될지는 좀더 분석이 필요하다. 흑인에 대한 편견보다는 투표 전날 힐러리의 눈물이 여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했다는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일 아이오와주 당원대회에서 오바마가 뜻밖의 쾌승으로 바람을 일으키자 뉴햄프셔 백인들의 경계심이 발동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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