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0 19:30
수정 : 2008.01.11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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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상원의원 /오바마 상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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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약진에 국제사회 관심…“급격한 변화 상징”
이라크전 이후 추락한 미 이미지 개선 ‘부수효과’
‘오바마 열풍’과 ‘힐러리의 눈물’로 대표되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흥행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흑인과 여성 대통령감이라는 참신성까지 더해,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등에 신물을 내던 국제사회가 미국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도 되고 있다.
이번 경선은 3일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와 8일 뉴햄프셔 예비선거(프라이머리)가 사상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미국인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런 높은 흥행기록은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많은 이들이 어느 때보다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이런 이례적인 현상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약진 때문이라고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10일 보도했다. 백인 우월주의가 여전한 미국에서 흑인이 처음으로 유력 후보로 부상하자 다른 나라 사람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열풍’은 이라크전 이후 땅에 떨어진 미국 이미지를 개선하는 부수 효과도 낳고 있다. 케냐 출신 아버지를 둔 흑인이 미국 최고의 공직에 도전하는 유력 후보가 됐다는 사실이 미국 사회의 다양성과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의 자크 미스트랄은 “오바마는 세계가 꿈꾸는 미국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을 비교하며 “유럽에서 여성 대통령은 새로울 게 없지만, 흑인 대통령은 급격한 변화의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등에선 자국의 지도자를 뽑는 게 아닌데도 ‘오바마냐, 힐러리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누가 적임자냐와 관계없이 오바마에 대한 호감이 특히 젊은층에 많다. 독일에서 그는 ‘검은 케네디’로 통한다. 베를린의 학생 라세 튀브너는 “왜 오바마에 공감하는지 말하기 어렵다. 단지 느낌이다. 그는 더 솔직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 세이난가쿠인 대학 2학년 시라이시 아즈사는 오바마를 마틴 루서 킹 목사와 견주며 “오바마가 미국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전했다.
아랍인들은 오바마의 이름 때문에 특히 호감이 높다. 그는 이슬람교도가 아니지만, 정식 이름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로 이슬람식 이름을 갖고 있다. 아랍인의 호감은 종종 그를 둘러싼 음모론에 대한 경계로 이어진다. 가자지구의 주민 마모드 자하르는 “비주류가 이긴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런 일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중앙정보국이든 누구든 그를 암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오바마를 보는 눈초리에 불안이 묻어난다. 그의 불명확한 중동정책이 힐러리의 친이스라엘 태도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8일 이스라엘의 일간지 <마리브>의 1면 기사 제목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예루살렘의 불안감’이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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