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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11 14:10 수정 : 2008.01.11 14:10

콜롬비아 반군 콜롬비아 혁명무장군(FARC)에 인질로 사로잡혔다 약 6년만에 10일 석방된 2명의 콜롬비아 여성정치인들중 한명인 클라라 로하스 전 부통령 후보가 석방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근교 마이케티아 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

좌익게릴라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10일 콘수엘로 곤살레스 전 의원과 함께 석방한 클라라 로하스(44)의 인생유전은 지난 40년간이나 계속된 좌익게릴라들과의 전쟁으로 얼룩진 콜롬비아 현대사의 축소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로하스는 지난 2002년 2월23일 당시 잉그리드 베탕쿠르 대통령 후보와 함께 유세중 콜롬비아 남부의 플로렌시아에서 산 빈센테 델 가구안으로 자동차로 이동하다 FARC 게릴라들에 의해 납치됐다.

‘푸른 산소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베탕쿠르와 그녀의 보좌관이었던 로하스가 납치된 산 빈센테 델 가구안 지역은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대통령 정부(1998~2002)와 FARC 사이의 평화협상이 시작되면서 정부가 병력을 철수시킨 5개 지역의 하나였다.

정부 당국은 협상이 결렬된 지 3일밖에 지나지 않았고 정부군도 없는 만큼 위험하다고 베탕쿠르와 로하스에게 경고했으나 선거 유세에 열중했던 두 여성은 사지를 찾아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어를 낚은 FARC는 납치 며칠 후에 로하스에게 풀어주겠다는 제의를 했으나 그녀는 베탕쿠르와 함께 있겠다며 석방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에서 세법을 가르쳤던 로하스는 베탕쿠르와의 우정으로 정치판에 들어섰고 피랍 후 푸른 산소당의 부통령 후보 지명을 받았다.

로하스는 당시 석방제의를 거절한 것이 그녀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짐작조차 못했을 것이다.

다섯 자녀의 막내로 태어난 로하스가 베탕쿠르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여성은 당시 콜롬비아 외무부에 함께 근무했는 데 현재 FARC와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는 환 마누엘 산토스 국방장관이 당시 외무장관이었다.


로하스는 지난 2002년 베탕쿠르 옆에 앉아있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와 지난 2003년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하스는 비디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베탕쿠르는 자신들이 "전쟁의 와중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산 빈센테 델 가구안으로 유세를 갔었다"고 말했다.

로하스가 인질로 붙잡혀 있으면서 아들을 낳았다는 소문이 2006년 4월 처음으로 나왔다. 언론인 호르헤 엔리케 보테로는 한 책에서 로하스와 한 게릴라 간부 사이에서 아들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보테로는 로하스와 게릴라 간부는 서로 사랑하는 관계로 강간에 의해 아이가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밝혀 억척이 분분했다.

이런 가운데 8년반 동안 포로로 붙잡혀 있다가 2007년 5월 탈출한 경찰관 혼 프랑크 핀차오가 소년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문제의 아들은 나이가 세 살로 이름은 엠마누엘. 그는 게릴라들이 소년에게 정글에서 장난감도 만들어 주는 등 보호하고 있다고 증언까지 했다.

‘정글소년’ 엠마누엘은 곧바로 콜롬비아 현대사의 비극을 상징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언론기관들과 비정부 단체(NGO)들은 소년의 석방요구 캠페인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FARC가 인질과 게릴라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이 ‘반쪽은 반군’ 이라고 지칭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국민 사이에서 소년에 대한 연민의 정은 더해갔다.

로하스의 어머니는 "태어난 아이가 포로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하다니 누가 상상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나는 손자를 사랑스럽고 활기에 찬 아이로 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랍 31일 FARC측의 인질석방 약속이 무산된 후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이 '정글소년' 엠마누엘이 사실은 보고타에 있다고 밝힘으로써 다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FARC가 수중에도 없는 소년을 석방하겠다고 거짓말을 했다면서 문제의 소년은 생후 몇 개월 만에 어머니와 헤어진 후 2005년부터 '환 다비드 고메스 타피에로'라는 이름으로 어린이 보호시설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서둘러 실시한 DNA 조사를 통해 소년이 곤살레스 집안의 자식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FARC는 뒤늦게 콜롬비아 정부의 주장을 인정했다.

이번에 로하스가 우여곡절 끝에 석방됨에 따라 기구한 사연 속에 맺어진 모자는 앞으로 며칠 안에 헤어진 지 2년이 훨씬 지나 상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글소년이 생모를 제대로 알아 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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