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25 19:24
수정 : 2008.01.25 19:25
‘실험실서 생물체 창조’ 논란예고
미국 과학자들이 디엔에이 조각들을 이어 붙여 인공 박테리아의 게놈(유전체·사진)을 합성하는 데 성공해, 인공 생명체를 둘러싼 윤리논쟁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24일(미국 시각) “비영리 민간연구소인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의 연구팀이 ‘미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이라는 박테리아의 디엔에이를 인공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580가지 유전자를 지닌 이 박테리아는 본래 사람의 비뇨생식계에 기생하는 세균이다.
연구팀은 지난해부터 완전히 해독된 이 박테리아의 게놈을 실험실에서 재구성하려는 연구를 벌여왔다. 이번 합성 성공은 효소와 효모를 이용해 이뤄졌다. 먼저 조립할 대상이 되는 디엔에이 조각들을 모은 다음, 이 디엔에이 조각들에서 염기서열이 중복되는 부분을 찾아냈다. 그런 뒤에 ‘접착제’ 구실을 하는 효소를 이용해 디엔에이 조각의 중복되는 끝 부분을 이어 붙여 4개의 긴 디엔에이 가닥을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이 디엔에이 가닥들을 효모에 넣어 효모 안에서 ‘하나의 완전한 염색체’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했다.
연구팀은 향후 이 인공 게놈을 살아 있는 세포에 넣어 인공 게놈이 세포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이언스〉는 “이번 연구가 인공 합성된 디엔에이가 실제 생물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진 못했다”면서도 ”약물, 바이오연료 등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주문형 박테리아’를 만드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념비적 업적”이라는 평가과 함께 더불어 “아직 증명된 건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이 저널은 전했다.
인간 게놈 지도를 처음 작성했던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2003년에도 14일 만에 5386개의 염기 규모를 갖춘 인공 바이러스를 만들어 발표한 바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사이언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