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27 12:18
수정 : 2008.01.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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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상원의원이 26일(현지시간) 미 대선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민주당 경선에서 55%의 득표율을 얻은 후 청중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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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을 꿈꾸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6일(현지시간) 미 대선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오바마 의원은 최종 개표가 끝난 가운데 55%의 득표율로 힐러리(27%)를 압도적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으며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18%의 지지율로 3위에 그쳤다.
오바마 의원은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어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승리, 뉴햄프셔와 네바다주 경선 승자인 힐러리와 2승2패의 동률을 이룸으로써 22개주가 한꺼번에 경선을 치르는 다음달 5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힐러리와 대등한 승부를 다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흑인인 오바마는 투표 참여 유권자의 절반 가량이 흑인으로 추산되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에서 흑인 투표자들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힐러리를 누른 것으로 집계됐다. CNN방송은 흑인 투표자들의 81%가 오바마를 찍은 반면, 힐러리에게 투표한 흑인 유권자는 17%에 불과한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오바마는 흑인 유권자가 많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힐러리에게 패배할 경우, 다음달 5일 '슈퍼 화요일' 결전에서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큰 차이로 승리함으로써 '오바마 돌풍'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
오바마는 승리가 확정된 뒤 지지자들에게 "아이오와의 눈 밭에서 시작된 게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한 냉소주의자들에게 멋진 사우스 캐롤라이나 사람들은 오늘 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며 "불과 9일이면 거의 절반에 이르는 지역들이 우리와 함께 워싱턴 정치에 식상했으며 변화에 굶주렸다고 말할 기회를 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아이오와에서 사우스 캐롤라이나까지 4차례 실시된 경선에서 "우리는 가장 많은 표와 대의원, 가장 다양한 연대를 확보했다"며 자신은 워싱턴 기성 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힐러리는 뉴햄프셔와 네바다 연승에 이어 사우스 캐롤라이나까지 석권할 경우, 오바마 바람을 잠재우며 '슈퍼 화요일' 승부를 한층 쉽게 이끌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곳에서 큰 표차로 패배함으로써 승기를 굳히지 못한 채 팽팽한 접전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힐러리는 그러나 '슈퍼 화요일'에 경선을 치르는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주 등 대의원 수가 많은 지역에서 오바마를 앞서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나 사우스 캐롤라이나 패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세한 입장인 것으로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힐러리는 패배가 확정되자 오바마에게 전화를 걸어 승리를 축하하고, "우리는 이제 2월 5일 투표할 22개주의 수 백 만 미국인들에게 관심을 돌릴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22개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다음달 5일 '슈퍼 화요일'에서 선출하는 민주당 대의원 수는 1천600여명이며, 이중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 4개 주의 대의원만 970명에 달한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태생인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이 지역에서 선두를 달렸으나 오바마와 힐러리에 이어 3위에 그침으로써 만회가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유권자들의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경제문제였으며, 오바마가 내세운 '변화' 주장도 설득력이 있었던 것으로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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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상원의원이 26일(현지시간) 미 대선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민주당 경선에서 부인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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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우린 변화에 굶주려 있다”
26일 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번 선거는 지역과 종교, 성(性), 빈부, 세대, 흑백이 아닌 과거 대 미래에 대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밤 주도(州都)인 컬럼비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승리 축하 연설에서 오바마는 자신이 55%의 득표율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더블스코어 차로 누르고 승리한 데 대해 "우리는 변화에 굶주려 있다"며 이같이 자평했다.
그는 특히 프라이머리 참가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흑인 유권자들의 몰표가 결정적 승인으로 꼽히는 점을 의식한듯 자신이 각계각층에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내게 투표한) 그들은 청년과 노인, 부자와 빈자, 흑인과 백인, 그리고 라티노와 아시안이었다"고 말했고, 컨벤션센터를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우린 할 수 있다"(yes, we can)", "피부색은 상관없어"(race doesn't matter)라는 구호로 호응했다.
실제 현지 선거 전문가들은 "40세 이하 젊은층이 이번에도 인종을 떠나 오바마를 지지했다"며 오바마에 대한 젊은층의 기대가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도 유감없이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오바마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와 클렘슨대, 베네딕트 컬리지 등 주내 주요 대학을 돌며 취업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미래를 향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유력지인 '더 스테이트' 등 현지 언론들은 ▲2004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기록적인 투표율 ▲흑인들의 높은 투표 참여도 ▲오바마에게 몰표를 던진 흑인 여성들과 달리 백인 여성표가 힐러리와 존 에드워즈로 분산된 점 등을 오바마의 승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공화당의 텃밭이자 민주당에겐 '빛 좋은 개살구'라는 점을 의식해 힐러리가 선거운동 초반부터 총력을 다하지 않는 전략적 행태를 보인 점이 유권자들을 자극했고, 이는 선거 전날까지 30%에 달했던 부동층이 오바마에게 쏠리게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1976년 인근 조지아주 출신의 지미 카터 후보가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제럴드 포드 대통령에게 승리한 이후 단 한번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이긴 적이 없다.
이정내 김재현 기자 jahn@yna.co.kr (컬럼비아<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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