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아시아 ‘미국 졸업장’ 인기 반영…‘장삿속’ 비판도
카타르 수도 도하에 있는 ‘에듀케이션시티’ 캠퍼스에서는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과와 조지타운대 외교학과, 코넬대 의과대학과 텍사스 에이엔엠(A&M)대 공학과 수업을 모두 들을 수 있다. 인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는 미시간주립대와 로체스터공대가 가을학기 개교를 앞두고 있다. 미국 대학들의 국외 캠퍼스 설립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중동과 아시아 등에서 ‘미국 졸업장’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며, 큰 투자 없이도 짭짤한 수입과 인지도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졸업장 장사’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변화는 9·11과 함께 시작됐다. 사태 뒤 국제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미국 대학들은 국외 캠퍼스 설립의 매력을 깨달았다. 분교를 세우면 비싼 등록금을 부담할 수 있는 외국 학생 유치와 학문 교류가 쉬워지는 동시에 인지도도 올라간다는 점을 알게 됐다. 외국 정부들도 대학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은 9·11 뒤 자국 학생들의 미국 입국이 까다로워지자, 오일달러를 흔들며 미국 대학을 유치했다. 아부다비 정부는 뉴욕대에 중동 캠퍼스 건립 선수금조로 5천만달러를 기부했다. 과거 외국 진출을 모색하는 미국 대학들은 교환학생이나 공동학위 프로그램 등을 애용했다. 외국에 직접 캠퍼스를 세우면 교육 제도와 가치관의 차이, 인력 유출 등 위험 부담이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미국 대학들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존 섹스턴 뉴욕대 총장은 “물리학과 정원 중 10%가 외국 캠퍼스에서 충원되면, 미국 내 물리학과 정원을 10% 더 늘릴 돈이 생긴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공성이 강한 주립대들조차 대열에 동참하며, 미시건주립대뿐 아니라 조지메이슨대, 뉴저지의 킨대 등이 중동과 중국 등에 학교를 세웠다. 특히 중국은 인도와 싱가포르를 제치고 가장 각광받는 지역으로, 미국 대학 10여곳이 경쟁적으로 경영학과 공학 등의 학부 과정을 설립 중이다. 그러나 이런 대학 가운데 일부는 국외 캠퍼스에 본교 교수가 아닌 별도의 단기 인력을 채용해 교육의 질 문제가 제기된다. 이밖에 △해당국과의 문화적 가치 충돌 △미국 세금의 국외 학생 지불 △미국과 해당국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 등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한다고 기사는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하원이 지난해 7월 개최한 대학 세계화에 대한 청문회에서도 ‘기술과 인력 유출 등이 우려된다’는 견해와, ‘어차피 미국 대학의 이공계 학생 상당수는 외국인 아니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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