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4 21:27
수정 : 2008.02.1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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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아내 미셸이 12일 일주일 뒤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위스콘신주의 디피어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디피어/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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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출마 반대하다 적극 지지
솔직한 발언에 흑인·여성층 인기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최근 파죽의 8연승을 올리면서 부인 미셸 오바마(사진)의 인기도 상종가를 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성과 솔직함, 강인함과 유머 감각을 동시에 지닌 미셸이 오바마의 인기몰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미셸은 남편의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닮은 점이 많다. 둘다 하버드와 예일 등 명문 법대를 나온 성공한 변호사이고, 민주당 출신 대통령 후보 또는 전직 대통령 등 ‘잘 나가는’ 남편을 뒀다.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셸은 정치적 야망이 큰 힐러리와는 정반대 모습을 보여왔다. ‘정치를 싫어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온 미셸은 두 딸을 돌보려고 유세장에는 한동안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인터뷰에서도 직설법으로 일관해 놀라게 했다.
그럼에도 미셸은 연설 때 부동층의 마음을 흔드는 능력을 보여, ‘더 가깝게 다가가는 이’(The Closer)라는 별명을 얻었다. 흑백 혼혈인 남편과 달리 ‘순수 흑인’에 더 가까운 미셸이 여성과 흑인들에게서 폭발력을 지닌 것이 확인된 뒤, 그의 노출 빈도는 늘어가고 있다. 아이오와에서는 8일간 33개 행사에 참석했고, 딸들을 친정 어머니에게 맡기기 시작했다.
오바마 지지자들이 특히 미셸에 열광하는 대목은 솔직함이다. 그는 주요 사안에서 남편보다 한발 더 나간 발언을 꺼리지 않았다. 최근 “힐러리가 대선 후보가 되면 지지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책 등을 고려해 생각해볼 것”이라고 대답했다. 소속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미셸은 “우리 남편은 잘 때 코를 골고 냄새가 난다” 등의 발언으로 남편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남편을 헐뜯는 것 같아 보기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오바마의 하버드대 법대 선배인 미셸은 남편이 상원의원이 된 뒤에도 ‘내 직업을 포기할 수 없다’며 워싱턴으로 이사가길 거부하는 등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는 남편의 대선 출마 조건으로 금연을 내걸어 관철시켰다. 선거 캠프의 주요 전략회의에 모두 참석하며 날카로운 지적을 건네는 미셸에 대해 오바마는 “아내는 나보다 똑똑하고, 강하며, 연설도 잘 한다”고 자랑 일색이다. 미셸은 연봉 2억원의 대학병원 부사장 자리는 사직했지만, 6살과 9살 딸들의 발레 공연과 축구 경기에 빠지지 않는 것은 여전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미셸과 전직 대통령으로 아내 돕기에 나선 빌 클린턴을 두고, “대통령 배우자의 이상형이 미소짓는 아내에서, 동등하고 가시적인 동반자로 바뀌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이익과 손실 모두를 낳을 수 있다”고 11일 지적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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