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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매케인-오바마 본선서 맞붙나 |
진작부터 '앙숙'으로 알려진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올 가을 미국 대선 본선 격돌에 대비해 서서히 각을 곧추세우기 시작했다.
오바마와 매케인은 거의 모든 면에서 확연히 다른 인물로 꼽힌다.
피부색이 흑백으로 구분되고, 나이는 46세와 71세, 오바마는 군 복무를 하지 않은 하버드 로스쿨 졸업 변호사인 반면 매케인은 베트남전 전쟁포로였음을 자랑하는 퇴역장교 출신이다.
매케인이 수 십 년간의 의정경험과 대권 도전 재수 끝에 공화당 후보 지명을 사실상 확정한 반면, 오바마는 초선의 경력으로 단숨에 대권 도전에 뛰어들어 민주당 후보 지명에 다가가고 있다.
공통점이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오바마와 매케인은 이미 의회 내에서도 서로를 몹시 싫어하는 '앙숙'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것은 벌써 2년여전으로 매케인이 2006년 상원 윤리개혁 토론 때 오바마를 '표리부동하다'고 비난하자 오바마는 매케인은 '신경질적'이라고 맞받았다.
이후 두 사람이 웃는 얼굴로 마주한 것은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할 때 정도였다고 한다.
오바마에 대한 매케인의 생각은 기본적으로 정치바람을 타고 하루 아침에 떠오른 '풋내기'로 수 십 년 간 정치적 경륜을 쌓은 자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케인은 "건실하고 입증된 아이디어가 아니라 말로만 나라를 선동하는 것은 희망의 약속이 아니라 진부함"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그는 오바마의 연설을 다 지켜보지는 않았지만, 구체성이 크게 결여돼 있다며 자신과는 크게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오바마는 미국을 이끌 최고사령관으로서의 경험이 모자란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게 매케인측 전략이다.
반면 오바마는 매케인이 조지 부시 현 대통령과 다를 게 없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는 요즘 "올 가을 대선 투표 때 부시 이름은 없겠지만, 그의 감세와 경제정책은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변화 주장에 구체성이 없다는 매케인의 비판에는 지난 7년간 경제정책을 놓고 토론을 벌이자고 응수하고 있다.
오바마는 "매케인이 대통령이 되는 게 부시 만큼 위험하다고 보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강조한다.
매케인은 사실 11월 본선에서 힐러리와 맞붙기를 갈망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케인과 힐러리는 서로를 깍듯이 예우하며,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두 사람은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러시아와 이라크 등 많은 나라를 함께 여행했고, 러시아 방문 때 보드카 마시기 시합을 하는 일화도 남겼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가 승리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매케인과 오바마 두 앙숙은 11월 대선에서 '숙명적 한 판 승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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