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재정보고서 힐러리 적자, 오바마 흑자
"돈에서 승부가 갈리는 미국 대선 '쩐의 전쟁'에서 균형추가 오바마로 기울고 있다" 21일 공개된 미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1년전만 해도 자금 모금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지난 1월 총 760만달러의 부채를 기록했다. 물론 여기에는 지난 5일 '슈퍼 화요일' 격전을 앞두고 자신이 개인적으로 캠프에 빌려준 500만달러는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측의 재정 상태는 매우 양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바마는 약 3천700만달러를 모금해 그 중 3천100만달러 정도를 썼다. 그의 현금 잔고는 2천500만달러 정도에 이르며, 이 액수 중 2천만 달러는 향후 프라이머리에 사용될 수 있다. 부채는 약 100만달러 정도에 그친다고 보고했다. 오바마 진영이 이처럼 곳간이 철철 넘치는 것은 지난 2.5 '슈퍼 화요일' 이후 내리 10연승을 기록할 정도로 파죽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힐러리 진영의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오바마측은 2월에도 3천만 달러 이상을 모금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힐러리 캠프 대변인 필 싱어는 "힐러리 의원이 최근 뜨거운 지지를 받기 시작해 지금까지 어떤 주자들이 모금한 액수보다 더 큰 돈을 모으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나아가 "오바마측과 경쟁해 승리를 거둘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힐러리측 재정보고서를 면밀히 살펴보면 당 경선 전략에 큰 오류가 있었음이 금방 드러난다. 힐러리 의원이 한때 민주당 선두주자였던 사실은 분명하나 '슈퍼 화요일'이나 그 이전에 선거 판세가 끝날 것으로 오판하는 바람에 지금의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를테면 '슈퍼 화요일'이나 그 직전에 오바마에게 승리를 거둘 것으로 확신, 초반에 실탄을 펑펑 쏟아붓는 바람에 장기전에 전혀 대비하지 못하는 뼈아픈 실책을 범했다는 것이다. 힐러리는 현금 잔고가 총 2천900만달러라고 보고했으나 그 중 2천만달러 이상이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한 대선 본선에만 사용하도록 한정된 돈이어서 경선 자금으로는 쓸 수 없다. 그런데다 나머지 900만달러마저 500만달러는 힐러리 개인계좌의 돈이고 약 400만달러만이 지지자들로부터 모금한 돈이다. 설상가상으로 부채규모가 760만달러임을 감안하면 경선에 가용될 수 있는 돈은 극히 제한된다. 두 진영간 이런 현격한 자금 격차는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는 TV 광고전에서 눈에 띠게 드러난다. 오바마 캠프는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위스콘신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주들에서 힐러리측보다 훨씬 먼저 TV 광고를 시작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우위를 다져나가는 것은 물론 현재와 같은 돌풍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사실 힐러리, 오바마는 출발부터 자금모금 형식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힐러리는 1년전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주로 민주당 기득층이나 재벌들의 지원을 받는 모금방식을 택했다. 반면 오바마는 소액기부자로부터 소액을 기부받는 이른바 '뿔뿌리식' 모금방식을 택했고, 그가 오늘 이처럼 탄탄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물론 힐러리측 부채의 상당부분이 핵심 선거참모들에게 지불해야 할 임금이라는 점에서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21일 전망했다. 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 특별한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경선이 장기전으로 갈수록 심한 자금난에 시달릴 것은 불문가지다. 중립적인 '책임정치센터'(CRP)의 매시 리취 대변인은 그러나 "힐러리 핵심 참모들이 급료를 받지 않고도 상당 기간 일을 계속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비록 힐러리가 민주당 후보로 지명되지 못한다 해도 여전히 연방 상원이고, 과거 상원선거때 거액의 자금을 모금하는 실력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부 채를 충분히 갚을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최대한 많은 돈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리취 대변인은 전망했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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