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22 19:03
수정 : 2008.02.22 20:16
매케인 “흠집내기 보도” “사실확인 충분” NYT
보수파, 매케인 지원 나서…사건 핵심 아이스먼 ‘침묵’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여성 로비스트와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이 매케인 진영과 이를 보도한 <뉴욕타임스> 사이의 사활을 건 ‘언론 검증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매케인은 21일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부인 신디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의 신뢰를 배반하는 어떤 일도 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1999년 미모의 여성 로비스트 비키 아이스먼이 매케인의 선거모금 행사에 자주 나타나자, 참모들이 둘 관계가 매케인의 청렴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한 끝에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나섰다고 보도했다.
매케인은 “아이스먼은 단순한 친구”라며 “나는 특정 로비스트나 이익집단에 특혜를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인 신디도 “남편은 가정과 국가를 실망시킬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며 “<뉴욕타임스>에 실망했다”고 매케인에게 힘을 실어줬다.
매케인 선거캠프는 <뉴욕타임스>를 편파적인 진보신문으로 몰아붙여 ‘진보와 보수’의 대립구도로 몰아가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매케인의 핵심참모 릭 데이비스는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뉴욕타임스>가 공화당을 다룰 때 얼마나 편파적인지 다시 한번 보여줬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맞서 <뉴욕타임스>의 편집장 빌 켈리는 기사가 충분한 확인과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보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기사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보도임을 강조했다. 그는 보도 시기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준비가 끝나면 기사를 내보낸다게 원칙”이라며 “준비됐다는 것은 사실 확인이 충분히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취재를 거친 이 기사는 19일 내 책상에 올라와 최종 편집과 변호사 검토를 거쳐 출고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둘 사이의 공방에도 불구하고 아이스먼의 해명이 나오기 전까지는 파문이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혹의 한복판에 선 아이스먼은 미국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로비스트 정치에 대한 대중의 혐오감이 절정에 이른 상황에서 보도가 사실로 드러나면 매케인은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파문은 매케인이 그동안 대립해온 공화당 보수파와 화해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매케인과 불화를 겪어온 보수파들은 매케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유명 라디오 토크 진행자 러시 림보는 “<뉴욕타임스>가 매케인을 죽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로라 잉그러햄은 “<뉴욕타임스>가 공화당 후보를 어처구니없는 공격으로 오염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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