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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5 07:43 수정 : 2008.02.25 07:43

위 내출혈로 권력을 동생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오른쪽)에게 임시로 넘겨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왼쪽). 사진은 2004년 7월1일 두 사람이 쿠바 의회에 참석한 모습. 아바나/AP 연합

쿠바에 새 후계자가 탄생했다. 후계자는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정식 선출된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

그는 젊었을 때 국가평회의 의장을 사임한 형 피델 카스트로보다 먼저 공산주의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울은 형 피델이 2006년 7월31일 장출혈 수술을 받으면서 권력을 사실상 넘겨준 후 19개월간 '대통령수업'을 거쳐 인구 1천200만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쿠바의 최고지도자로 떠오르게 됐다.

쿠바의 권력 제2인자에서 명싱공히 제1인자로 부상한 것이다.

그는 대체로 형 피델 보다는 카리스마가 부족하지만 형 보다 실용적이고, 목표를 정하고 일을 추진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형의 그늘에서 지내 온 라울이 최고 권력자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피델의 변치않은 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1959년 형 피델과 함께 독재자 풀헨시오 바티스타를 몰아내는 데 크게 기여한 라울은 양면의 얼굴을 갖고 있다고 한다. 때로는 무자비하고 때로는 과분한 인정을 베풀었다는 것이다.

쿠바에서 성장한 새뮤얼 파버 미국 블루클린 대학 교수는 "라울은 피델보다 정치적 탄압을 교묘하게 한다는 소문이 높았다"면서 "그는 형에 비해 보다 조직적이고, 더 실행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술회했다.


라울은 권력을 온전히 물려준 형이 아직 살아있고 경제문제 등 각종 문제가 산적해 있어 앞으로 그의 정치적 수완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19개월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일해 온 만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와 함께 지난 19개월간 한 것이 무엇이냐는 비판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형 피델의 건강이 악화되기까지 라울은 철저히 그늘에서 지냈다. 그러나 그는 혁명성공 후 거의 50년 동안 줄곧 군을 완전하게 장악함으로써 쿠바에서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장악한 쿠바군은 앙골라와 에티오피아에서 구 소련 군을 지원하는 등 국제적인 성격이 농후했다. 그러나 소련이 1991년 붕괴한 후 라울은 군대를 전쟁하는 군대가 아닌 산업역군으로 전환시켰다. 농장에서 일을 하도록 하는가 하면 엘리트들을 뽑아 유럽에서 경영을 배워오도록 했다. 또 국내휴양지 개발에 군을 동원하여 수입을 늘리는가 하면 퇴역 장성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라울의 이런 성향으로 보아 중국식 개방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때 피델에 의해 저지를 당했으나 이제 나름대로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그는 개혁을 외치면서 "어느 개인이나 국가도 그들이 갖고 있는 것 이상으로 쓸 수 없다"며 경제개혁에 의욕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31년 6월3일에 스페인 출신 이민자 부친과 쿠바를 원적지로 갖고 있는 모친 사이에 태어난 라울은 3형제 중 막내였으며 여자 형제도 4명이나 된다.

라울은 쿠바 산티아고와 아바나에서 형과 같은 학교에 다녔으나 학업이 탁월했던 형에는 미치지 못하고 보통 성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스트로 형제가 멕시코시티에 체류하고 있을 때 라울이 먼저 체 게바라를 알게 되고 형을 비롯한 혁명 동지들에게 소개했다. 라울은 또 당시 소련 정보원과 접촉하여 혁명의 배후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라울은 1959년 혁명이 성공한 후 곧바로 미국 MIT에서 화학을 전공한 혁명동지 에스핀 기요이스와 결혼했다. 그녀는 1960년에 여성동맹 위원장에 취임하는 등 2007년 6월18일 사망할 때까지 권력핵심부에서 활약했다. 세 딸 가운데 둘째딸 마리엘라는 현재 쿠바 전국성교육센터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 (아바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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