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2 01:01
수정 : 2008.03.1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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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스피처 뉴욕 주지사가 10일 부인 실다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매매 사실을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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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에 애정가진 개혁가로 스피처 몰락에 일부 아쉬움
한때 '월스트리트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엘리엇 스피처 뉴욕 주지사가 섹스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뉴욕 검찰총장 시절 그의 압박에 고생했던 금융계 인사들이 반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1일 전했다.
스피처는 뉴욕 주지사에 당선되기 전 2006년까지 8년 간 뉴욕주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금융기록 조작 의혹을 제기해 모리스 그린버그를 AIG 회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관행적으로 이어지던 월스트리트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월스트리트 거부와 최고 경영진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었다.
저널은 스피처 주지사의 섹스스캔들이 월스트리트 금융인들 사이에 최고의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월스트리트의 분위기를 소개했다.
스피처 주지사에 대해 공포와 경멸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월스트리트의 금융인들은 그의 섹스스캔들에 놀라는 표정이면서도 검찰총장과 주지사로 재직하면서 월스트리트의 윤리와 페어플레이를 압박했던 한 인간의 위선이 드러난 것이란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의 수사대상이 됐었던 금융인들의 반응은 더욱 신랄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간부 출신으로 스피처의 수사를 받았던 켄 랭곤은 "그는 실제로 자신이 법 위에 군림한다고 믿었다"면서 "나는 그의 성실성과 인격부족을 의심한 적이 없었으며 이번 일로 내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스피처의 수사대상에 올랐던 전직 NYSE 최고경영자(CEO) 딕 그라소의 측근인 앤드루 사빈은 스피처의 행동을 가장 위선적인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스피처의 몰락에 "그라소도 기뻐할 것이며 월스트리트의 모든 사람이 기뻐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의 정적인 피터 킹 공화당 하원의원도 스퍼처보다 독선적이고 무자비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면서 그의 섹스스캔들은 단순히 매춘범죄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피처가 하급직원들의 비리만을 건드렸던 다른 사정기관과는 달리 거물급 금융인들의 비리와 관행을 파헤쳐 월스트리트의 개혁을 촉발시켰던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몰락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피처의 열렬한 지지자였다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넬 미나우는 이번 섹스스캔들로 그의 정치생명이 끝난다면 매우 슬플 것이라면서 월스트리트가 그의 몰락에 환호하고 있지만 이것이 그가 이룩한 기업부정에 대한 견제장치의 동반몰락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저널은 스피처가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프린스턴과 하버드대학에서 수학하는 등 엘리트코스를 걸어왔지만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민자 정서를 바탕으로 약자에 대한 애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특이한 삶의 궤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저널은 스피처가 검찰총장 재직시 약자 보호를 위해 공권력을 최대한 활용했지만 자신이 수하로 둔 검사들은 대부분 예일과 하버드대학 출신의 엘리트들이었다면서 선거에 수백만달러를 썼으면서도 수년간 구멍 뚫린 구두만을 신었던 것 역시 그가 살아온 모순된 삶의 한 단면이라고 전했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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