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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일리노이주)이 18일 필라델피아에서 기자회견중 인종문제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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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목사 '갓댐 아메리카' 발언 인종문제 비화 차단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18일 대선 출마 공식발표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담임목사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자 '뜨거운 감자'로 여겨져 온 인종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는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에서 또 하나의 최대분수령이 될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내달 22일 열리는 펜실베이니아의 주도 필라델피아의 헌법기념관에서 인종문제에 관한 공식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오바마는 미국인들의 관대함과 관용에 대한 자신의 굳건한 믿음을 강조하면서 이와 관련,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 출생 배경을 거론했다. 오바마는 "지구상에 어느 나라도 나의 이야기가 가능한 곳이 없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그것 때문에 나는 과거의 틀에 박힌 후보가 될 수 없었다"며 "나의 유전자 속에 스며들어 있는 생각은 이 나라가 부문들의 합을 넘는다는 것이며 여러 곳에서 왔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하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이후 유세 과정에서 인종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최대한 피해왔지만 자신의 종교적 정신적 스승인 시카고 트리니티 유나이티드교회의 담임목사인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갓댐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 발언 이후 대선 구도가 인종문제로 비화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정면승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인종문제가 지난 몇 주간 분열을 일으키는 문제가 돼 왔다면서 라이트 목사의 발언은 진정으로 통합이 필요할 때 분열을 일으키는 발언이었다고 지적하고 라이트 목사의 견해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자신이 유튜브나 TV 등 동영상을 통해서만 라이트 목사를 접했다면 자신도 그와 거리를 두겠지만 "그게 내가 그 사람을 알고 있는 전부가 아니다"며 "그는 불완전하지만 나에게는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오바마는 지난 몇 주간 라이트 목사의 설교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우리가 진정으로 극복하지 못한 이 나라의 인종문제의 복잡성을 드러낸 것이며 우리가 완전하게 만들어 나가야 할 이 나라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또 "미국은 결코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세대를 거듭하면서 언제나 완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왔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는 법안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정신을 담은 미국의 헌법이 노예제라는 원죄에 의해 오명을 얻었지만 그런 노예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우리의 이상과 시대의 현실 사이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많은 역할을 다하려고 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오바마가 이처럼 인종문제를 공식 거론하고 나선 것은 라이트 목사의 발언을 모른 채 외면할 경우, 향후 경선에서 벌어질 인종문제를 둘러싼 격론과 토론에서 역풍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라이트 목사의 발언과는 일정한 선을 그었지만 라이트 목사 개인에 대해서는 포용과 관용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라이트 목사의 문제 발언을 둘러싼 논쟁에서 분명한 입장을 보여 주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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