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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9 20:16 수정 : 2008.03.20 08:54

이라크전쟁 민간인 희생자수

미 ‘상처뿐인 전쟁’ 대외신뢰 추락 수렁

2차대전 능가하는 전비…민간인 9만~20만 숨져
이라크 테러·죽음 공포…난민 400만명 떠돌아

“미국에 사담 후세인 제거를 신세졌지만, 5년 간의 고통으로 거의 잊어버렸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5주년을 하루 앞둔 19일, 한 이라크인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이렇게 말했다. 독재자 후세인 대통령은 처형됐지만, 테러와 죽음의 공포는 여전히 유령처럼 이라크를 떠돈다.

이라크전쟁 5주년 주요 일지
미국이 내세운 침공의 명분은 이미 거짓으로 드러난 지 오래다.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는 부풀려지거나 조작됐다. 알카에다와의 연관성도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이 내세운 ‘테러와의 전쟁’은 증오로 이어졌고, 증오는 또다른 테러를 불렀다.

세계 경찰을 자임한 미국의 거짓이 들통나면서, 미국의 대외 이미지는 추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조사에서 ‘이라크 전쟁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대답이 미국인의 54%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석유를 노린 전쟁’‘군수산업을 떠받치기 위한 전쟁’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공감대로 자리잡았다.

이라크 전쟁이 실패로 드러나면서, 미국과 함께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영국군조차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반면, 미국이 ‘악의 축’으로 몰았던 이란과 시리아의 중동 내 입지는 오히려 굳어졌다.

미국이 잃은 것은 신뢰만이 아니다. 미국은 천문학적 전비를 쏟아부었다. 미 정부가 5년간 지출한 전비만 8450억달러다. 간접비용과 인플레이션까지 고려하면 5조달러로 불어난다. 2차 세계대전 전비를 추월할 수도 있다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등이 최근 전망했다. 2006년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 조지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긴 것도 이라크전의 수렁이다. 이라크전은 미국에게 점점 더 베트남 전쟁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끝없이 죽어간 희생자들의 목숨은 돈으로 계산하기 힘들다. 지금까지 숨진 민간인 희생자는 9만~22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 사망자도 19일 현재 3978명으로 집계됐다. 이라크 전쟁은 에너지 시장 불안을 부추겨, 국제유가를 치솟게 만든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엄청난 대가를 치렀지만, 이라크 안정의 희망은 아직도 희미하다. 최근 <비비시>(BBC) 방송 조사에서, 이라크인 50%가 최대 문제점으로 치안 불안을 꼽았다. 살기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55%에 그쳤다. 혼란을 피해 고향을 떠나거나, 아예 시리아와 요르단 등 외국으로 떠난 이들이 이라크 전체 인구의 15% 수준인 4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인구의 40%는 안전한 식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 복잡한 이라크 내부 상황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수니파 중심의 후세인 정권은 권좌에서 쫓겨난 이후 시아파 중심의 새 집권층을 공격하고, 시아파 비밀조직은 수니파 주민들을 살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정부는 종파간 분열로 40명 가까운 각료 가운데 25명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침공으로 시작됐듯, 이라크의 미래도 미국 차기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두 상원의원은 미군의 이라크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라크전은 현명하지 못한 전쟁이었다. 대통령이 되면 즉각 철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라크를 방문해 “미군이 이라크를 떠나면 알카에다가 이라크를 장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리 메카프리 예비역 육군장군은 “우리가 언제, 어떻게 싸울지를 결정하는 것도 군대를 지휘하는 민간인이며, 전쟁을 그만둘지 결정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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