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04 21:29
수정 : 2008.04.04 21:32
|
식품가격 폭등 최근 시위 발생 국가
|
수출제한→국제물가 상승…아이티 5천명 폭동 ‘사회불안’
카리브해 아이티의 남부도시 레스 카예스에서 3일 식료품값 인상에 항의하는 폭동이 일어났다. 5천여명이 유엔 건물로 몰려가 불을 지르고 트럭에 실린 쌀을 훔쳤다. 식료품 가게에 대한 약탈도 이어졌다. 하루 2달러 이하로 인구 80%가 살아가는 가난한 이 나라에서, 쌀값은 1년 전보다 50%가 올랐다. 콩·과일 가격도 비슷하게 올랐고, 파스타 값은 두배로 뛰었다. 비슷한 시위가 아프리카의 세네갈, 카메룬, 부르키나파소 등 가난한 나라들을 휩쓸고 있다.
최근 곡물가 파동의 양상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 최근 사태의 원인이 과거처럼 자연재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식품부족이 아니라, ‘빤히 눈을 뜨고도 비싸서 사먹지 못하는’ 가격 폭등이라고 지적했다. 기초 식품의 가격 폭등은 도시 서민과 빈곤층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이들은 농민들보다 시위나 폭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만큼 식량 파동의 영향과 각국 정부의 부담이 크다. 농산물값 상승으로 이익을 챙기는 농민들과 경기침체까지 겹쳐 주머니가 바닥난 도시 서민들 간의 갈등도 사회불안을 키우고 있다. 세계은행은 얼마전 33개 나라에서 식품과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사회적 불안요소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개발도상국 정부들이 식품가격 상승과 사회불안을 막기 위해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각국의 식량 통제가 국제사회의 갈등으로 번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의 쌀 수출 통제는 곧바로 필리핀 쌀값 파동으로 이어졌다. 곡물값 폭등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2일 “세계적 차원의 식품부족 해소를 위한 ‘뉴딜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 극복을 위해 뉴딜정책을 도입했던 것처럼, 심각한 식량위기 타개를 위해 국제사회의 공조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은(IMF)도 “식품가격 인상은 폭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곡물가격 상승에는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소비 확대, 에너지값 폭등에 따른 바이오연료 작물 재배 확산, 지구 온난화 등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도 국제협력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